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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IN] 쟁점 여전한 천연가스 배관망 중립성

공정경쟁의 절대적 과제…가스公 vs 민간기업 시각차 확연 

2024-05-13     채제용 기자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용으로 국민편익 향상” 총론 한목소리

배관시설이용규정 한계, 도매·배관망 분리 등 각론에선 이견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LNG직수입 비중이 점증하면서 천연가스 배관망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뜨겁다.

[이투뉴스]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천연가스 역할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경제성과 지속가능성, 에너지안보라는 에너지전환의 3축을 모두 갖추고 있는 천연가스가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세계 에너지 수요전망(World Energy Outlook 2023)의 STEPS(Stated Policies Scenario)에 따르면 세계 천연가스 수요는 2030년까지 최고조에 달하며, 적어도 2040년까지는 추가 LNG프로젝트로 인해 공급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탄소중립을 추진하면서 현실적으로 저탄소 에너지원인 천연가스를 전환연료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중·단기 측면에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례적으로 이달 초 국내에 도입되는 장기계약 LNG물량 중 일부가 2~3년 내 종료됨에 따라 수급 안정과 가격 안정화 측면에서 신규 도입계약을 추진한다고 공표한 것에서도 그 일면이 엿보인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LNG 도입물량은 지난해 4411만7000톤으로, 한국가스공사가 3475만2000톤으로 78.8%를 차지하고 민간LNG직수입 18개사가 936만5000톤으로 21.2%를 차지했다. 

자가소비용 LNG직수입 비중은 2005년 1.5%에 불과했으나 2019년 750만톤으로 국내 총수입물량 4075만톤의 18.4%에서 2020년 914만톤으로 총수입물량 3998만톤의 22.9%까지 높아졌다. 이를 정점으로 2021년 860만톤으로 총수입물량 4593만톤의 18.4%에 이어 2022년 738만톤으로 총수입물량 4639만톤의 15.7%로 내려갔으나 지난해 936만톤으로 총수입물량 4411만톤의 21.2%를 차지하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그래프 참조>

이처럼 천연가스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LNG직수입 비중이 점증하면서 천연가스 배관망 중립성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논쟁은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배관망 운용으로 국민편익을 향상시키겠다는 거대담론에는 다른 이견이 없지만 배관시설이용규정 운용, 도매사업과 배관망운영의 분리,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심의·의결기구 설립 등 각론에선 시각차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 배관시설이용심의委 신설로 공정성·접근성 향상

지난해 12월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2회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는 천연가스를 직접 수입하는 민간 LNG발전사들이 가스공사의 배관망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배관망 이용에 대한 사항 전반을 중립적으로 관장하는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를 신설하는 안건이 의결됐다. 천연가스 배관망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운용으로 시설이용자의 접근성을 향상시켜 국민편익을 증진시키겠다는 의도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천연가스 배관망의 중립적 운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스공사가 배관망 운영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배관망 이용의 경우 민간사업자와 경쟁관계로 배관망 운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할 유인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올해 산업부 관계자 1인과 외부 전문위원 6인으로 구성된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 신설, 인입 가이드제 마련 등을 포함한 배관시설이용규정을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를 통해 배관망 운용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배관시설 이용과 관련된 정보의 투명한 공개로 신뢰도를 높이고, 배관망을 이용하는 민간기업과의 계약체결 기한을 유연화해 배관망 이용의 접근성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다. 결과적으로 배관망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운용되고 있다는 게 가스공사 측의 입장이다. 

이처럼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가 신설되고 효율적인 운용으로 시설이용자의 접근성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향후 배관시설이용규정 개정 범위 및 이용조건 등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안별로 이해관계자 간 뚜렷한 온도차로 이견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도매·배관망 동시소유·운영의 구조적 한계

민간LNG직수입자 측에서는 우선 배관시설이용규정의 한계를 직격한다. 현재 국내 가스산업 구조는 가스공사가 유일한 판매사업자인 동시에 배관망을 운영·관리하는 구조인데 배관망 운영과 관리의 지침이 될 수 있는 관련 규정이 가스공사 내부규정으로 정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가 시장형 공기업인데다 예산 편성에서 천연가스 판매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라는 점에서 천연가스 판매사업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배관시설을 운영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가스공사가 가스배관시설의 독점적 소유자·운영자로서 배관시설의 접근과 이용에 관한 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전력, 통신, 철도 등 다른 네트워크 산업과 달리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아직 망 중립성이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천연가스 관련 사업자가 공정하고 투명한 조건으로 공급망에 접근할 수 있는 제3자 접속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망 중립성의 기본원칙이며, 공정하고 개방된 가스 인프라에 대한 접근이 망 중립성의 핵심요소인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망 중립성에 대해서는 사용에서의 차별성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망의 운영과 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배관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배관망에 대한 인프라와 정보가 독점된 상태로 이용자에게 공개되지 않아 제 3자가 실질적인 접속 권한을 확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설비능력, 배관공급능력 등을 이유로 배관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경우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공개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한다.

국내의 경우 전체 천연가스 주배관망에 대한 이용 가능 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 없으며, 7개 정압관리소의 배관압력만 제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해외 주요국가의 경우 인입·인출지점에 대해 가용, 잔여 용량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설비능력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독점적인 도매사업과 배관망부문 겸업은 공정한 경쟁기반이 미비한 근본적인 요인으로 적시된다. 가스공사가 도매시장부문과 배관망부문을 동시에 소유하고 운영하는데서 오는 구조적 한계라는 지적이다. 도시가스사업법에 배관시설의 제3자 접속권리와 공사의 시설제공 의무가 제한적으로 보장되고 있으나 이 같은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제3자의 실질적인 접속권리 보장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미국, 영국, EU 유럽 각국의 경우 천연가스 부문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도매사업과 배관망 운영을 겸업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배관망에 대한 중립적 규제감독기구의 부재도 논쟁의 한 요소다.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천연가스 배관망 이용의 공정성을 감독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중립적 규제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가스공사가 배관시설이용규정에 따라 제3자의 배관망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해외 주요국의 규제기관들이 인프라 공동이용, 요금심의, 규정 제·개정, 사업자 분쟁조정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표 참조>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의 천연가스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는 만큼, 천연가스산업의 지속성장을 꾀하는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은 필수적 과제다. 에너지안보 측면에서 수급 안정성은 물론 에너지 공공성과 시장경쟁 간 최적의 접점을 찾는 정책과 제도가 곧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천연가스 시장 조성을 위한 천연가스 배관망 중립성에 대한 논쟁의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가스공사와 민간LNG직수입사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를 비롯해 정부와 제22대 국회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채제용 기자 top27@kalonggou52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