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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부하차단제 도입에 수요자원업계 속앓이

기존 수요자원시장 고객과 겹쳐 영향 불가피 "같은 보조서비스로 치고 들어와 고객 혼선"

2024-09-09     이상복 기자
대용량 송전급 차단기 생산공장에서 기술진이  설비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이투뉴스] 동해안과 서해안 지역의 석탄화력 송전제약을 완화하기 위해 한전이 도입하는 고객 부하차단 제도를 놓고 수요자원업계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유사한 수요처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데다가 한전의 시장 진입이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기존 생태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양측의 신경전은 한전이 4월부터 제지와 철강·이차전지 생산기업 등 대용량 수요고객을 대상으로 부하차단 제도 영업하면서 시작됐다. 모집이 여의찮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넉 달 만에 44개 사업장·650MW의 자원을 끌어모으면서 업계를 놀래켰다. 1년간 시범 운영을 전제로 첫 진출한 성적치고는 뜻밖의 선전이었다. 

고객 부하차단 제도는 대형발전기 고장 등으로 전력망의 주파수가 59.55Hz까지 떨어질 경우 한전과 사전에 계약한 수요처(공장)의 전력공급을 차단해 주파수 조기 정상화를 돕는 제도다. 계약용량으로 연 1회 kW당 1320원의 운영보상금을, 실제 부하차단 시 kW당 9만8400원의 동작보상금을 각각 받을 수 있다. 

한전은 이 제도가 저원가 발전기들의 송전제약량을 줄여 도매 전력시장가격(SMP)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도입했다. 계통안정화용 ESS와 병행운영 시 파행운영 중인 동해권 석탄화력을 추가 가동할 수 있어 수천억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자원시장에서는 기존 Fast DR(패스트디알)과 비교돼 기업의 관심을 끌었다.

문제는 이 제도 대상고객이 기존 주파수 보조서비스인 Fast DR과 상당히 겹친다는 점이다. 업계에 의하면 두 서비스의 목적은 주파수 회복(부하차단은 제약 해소 추가)으로 같고, 응동시간도 유사하며 고객도 일정 규모 이상 전력 다소비 사업장으로 동일하다. 한전의 영업이 시작된 뒤 “우리 고객들에게 가입을 유도해 당황스러웠다”는 수요자원업계 푸념이 나온 이유다.

일단 보상수준은 고객 부하차단 제도의 판정승이다. 기본보상금에 해당하는 운영보상금은 Fast DR과 같으면서 실적보상금은 15배 가량 높고, 실제 부하차단 가능성이 낮아 리스크도 생각보다 크지않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주파수가 59.55Hz 이하로 하락한 횟수는 단 1회다. 

한전 관계자는 “Fast DR은 발령 시 정확히 얼마나 동작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부하차단은 과거 평균부하를 고려해 차단량을 정하고 자체 설비로 차단하므로 동작 정확성이 높다”면서 “Fast DR과 달리 24시간 차단이 가능하고 한전 설비를 이용하므로 계량기나 통신장비 설치에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요자원업계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같은 주파수 보조서비스를 놓고 한전이 응동속도가 유사한 자원을 들고 치고 들어와 고객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업계는 제도 도입 검토 단계 때부터 한전이 부하차단에 따른 사업장 리스크를 축소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DR업계 관계자는 "한전 부하차단도 2초내에 동작하고, Fast DR도 빠른 자원은 1~2초 안에 작동한다. 차이라면 한전은 고객 전체부하를 일시 셧다운 하는 것이고 우린 위험한 설비는 제외하고 선별차단하는 것"이라며 "안전성 이슈 탓에 철강 산업 등이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데, (작동)확률이 매우 낮다는 점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운영주체도 한전과 전력거래소로 달라 고객 입장에선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존 자원의 활용성을 높이면서 응동속도에 따라 시장을 다양화하는 노력 대신 정산금 15배짜리 상품을 만들어 쉽게 가려한다. 한전과 전력거래소가 시장 생태계에 대한 충분한 고려없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수요자원고객이 두 서비스에 중복 가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비력 부족 시 작동하는 Fast DR과 주파수 하락 때 작동하는 부하차단 자원으로 동시 등록해 보상을 챙기고 실제 감축 시엔 어느 한쪽 기능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중복이 없도록 한전이 모집한 자원을 면밀히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kalonggou52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