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공학박사)

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공학박사)
한세경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한세경]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인명 참사가 연달아 일어났다. 하나는 리튬배터리 생산공장에서의 화재, 또 하나는 급발진을 주장하는 차량으로 인한 인명 사고다. 이들은 서로 전혀 다른 섹터에서 일어났고 원인이나 기술적 측면에서는 관련성이 없음에도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우리 사회가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우선 첫 번째 사고에서 언론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리튬배터리 화재 발생 시의 진압과정이다. 사실 리튬배터리 화재는 근본적으로 진압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그나마 질식포나 금속소화기 등을 이용한 질식 소화만이 유일한 방법인데 이조차도 불길을 잡는 정도이지 연소를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외부에서 화재를 인식했을 때엔 이미 연쇄 열폭주가 임박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착화된 배터리로 인한 화재는 진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배터리 화재사고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화재진압의 방법론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런 사후적 대책보다 훨씬 효과적인 것은 조기에 이런 상황을 발견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특히 배터리 사고의 대다수는 작은 결함이 긴 시간에 걸쳐 심화되고 종국에 내부단락의 규모확대에 기인한 열폭주가 그 원인이 된다. 이는 자연발화 성격의 배터리 사고가 소위 BaaS (BMS-as-a-Service) 같은 최신 진단 기법을 통해 충분히 조기 발견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배터리 진단관리의 노력은 배터리 제품의 사용 과정뿐 아니라 생산 시점부터 기울여져야 한다. 문제는 예방 비용을 제조업체가 자발적으로 감수할 것인지 여부인데, 일부 의식 있는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이미 BaaS와 연계된 정밀 EOL (End-of-Line) 검사장비를 생산 공정에 도입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업계의 자율에만 맡겨두면 이러한 예방 저변의 확대가 더딜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나 언론의 국민적 관심 환기 같은 노력이 함께 기울여져야 보다 힘있고 꾸준하게 안전사회로의 전환을 꽤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급가속 자동차 사고의 경우도 비슷한 맥락을 보여주고 있다. 왜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는지보다는 오히려 운전자 귀책 여부 같은 사후적 쟁점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의 차량사고에서 운전자의 착오로 인한 페달 오인 조작이 사고의 원인임을 보여주는 결정적 영상증거가 공개되었다. 물론 이 하나의 증거만으로 모든 급발진이 운전자 과실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급발진 주장 사고의 상당 부분이 운전자의 페달 오인 조작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페달에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운전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어디까지나 사고이후의 책임 분쟁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보다 근본적인 조치는 페달 오인 조작 시 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운전자에게 환기시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예방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다. 사실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을 인식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으며 소리나 불빛으로 운전자에게 이를 환기시키는 솔루션 역시 선제적인 기업들이 제품화에 성공하고 있다. 다만, 대중적 관심이 사고의 예방보다 일어나버린 참극에 치우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런 부분들이 간과되고 덜 알려져 있을 뿐이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굴뚝을 구부리고, 땔깜을 옮기라는 충고를 무시하고 집에 불이나자, 충고를 해준 사람은 잊어버리고, 화재를 진압하느라 머리털이 타고 이마를 덴 사람만 칭송하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머리털이 타고 이마 델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화재진압의 수고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임을 인정하는 사회 인식 변화가 요구된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