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EPC 건설·시운전 대형사고로 '골머리'
음성行 발전기 낙차, 울산GPS 터빈부품 소실
"한전적자도 영향, 단가 및 시공역량 고려해야"

울산GPS  발전소건설 현장 전경
울산GPS  발전소건설 현장 전경

[이투뉴스] 신규 가스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발전사들이 발전소 건설·시공을 맡은 EPC기업들의 대형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발전기를 운송하는 과정에 100억원대 새 기기를 떨어뜨려 해외 대체품을 긴급 공수하게 하는가 하면, 가스터빈 시운전 중 어이없는 실수로 부품을 태워 1.2GW 발전소 상업운전을 반년이나 지체시키고 있어서다. 

1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동서발전 음성천연가스발전소는 지난 4월 발생한 발전기 수송 중 낙하사고로 같은달 현장으로 반입하려던 기기를 아직까지 들이지 못하고 있다. 사고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 고용한 운송업체가 쳤다. 378톤의 중량물을 실은 트레일러가 평택을 거쳐 충남 공주시 주변 경사로를 오르다가 힘부족으로 뒤로 밀리면서 가격이 100억원에 달하는 발전기가 도로곁 흙밭에 두어바퀴를 굴렀다고 한다.

낙하한 발전기는 외관상으론 큰 손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내부 이상 가능성이 제기돼 제조사인 지멘스가 품질보증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전기는 가스터빈 및 스팀터빈과 함께 가스발전소를 구성하는 핵심 주기기이다. 이들 3대 기기 중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간다. 또 주문제작이라 원할 때 바로 조달가능한 기기도 아니어서 자칫 2025년 6월 1호기 준공일정이 지체될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시공사 측은 유럽방향으로 납품예정이던 제작 발전기를 국내로 돌려 긴급 공수하는 중이다. 음성천연가스발전소는 지난 4월 1호기 스팀터빈 등의 설치를 마치고 나머지 공정을 서두르고 있다. 새 발전기가 계획대로 반입되면 준공일정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손상된 발전기를 어떻게 보상처리할지에 대해선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신품교체까지는 협의가 끝났지만 떨어진 발전기와 피해액 보전협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공사 측은 조립보험으로 처리를 원하지만 워낙 고가라 소송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례적 사고라 처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발전기 낙차는 몇 년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한 사고다. 평소 중량물을 취급해보지 않았던 운송업체가 급하게만 일을 처리하다 실수했을 개연성이 높다"면서 "단순사고로 볼 수 있지만 한전 경영난이 발전사로, 발전사 긴축경영이 시공사로, 시공사의 안전경시와 비용 우선고려가 운송사까지 차례로 영향을 준 경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서발전 측은 "음성 시공사 계약은 발전사 긴축경영 시행 이전 체결된 계약이라 긴축경영으로 인한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발전기 낙차는 시공사 실수로 상업운전까지 지체된 사례에 비하면 약과다. 

SK가스가 8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해 건설하고 있는 울산GPS(1227MW)는 애초 올해 2월 최초점화를 시작해 이달 중순 상업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작년 상반기 스팀터빈과 가스터빈 설치를 끝내고 같은해 8월 계통 연결작업도 순조롭게 마쳤다. 설계·시공은 SK에코엔지니어링(옛 SK건설)이, 터빈과 보일러 등의 주기기 공급은 지멘스(9000HL모델)가 각각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여름 전력수급 대책기간에 일부 전력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던 이 사업의 상업운전은 빨라도 올해말이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4월 시공사가 주기기를 시운전하는 과정에 부주의로 가스터빈 주요부품을 태우면서 새 제품을 조달과 설치 및 시운전에 추가로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장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는 시운전 현장의 황당한 단순실수로 벌어졌다. 발전소 컨트롤룸 운전원들과 주기기 설치현장 엔지니어들간 무전기 통신과정에 가스터빈 호기를 잘못 인지해 조작하지 말아야 할 차단기를 강제로 내렸고, 이 탓에 가스터빈 주발전기차단기(GCB, Generator Circuit Breaker)가 소실됐다.

시공사 측이 스팀터빈에 붙은 GCB를 떼 급한대로 수리를 했지만, 손상된 부품을 조달·수리하고 추가 시운전 기간을 확보하느라 공기가 지연됐다. 울산GPS 상업운전 일정은 작년 4분기까지는 올해 8월이었다가 연내로 연기된 상태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GCB를 수리해 6월에 재장착했고, 현재는 터빈 3기 모두 정상운영 중"이라면서 "통상 터빈 시운전 기간을 7.5개월로 잡는데, 최신형 터빈이고 해외 선행발전소들의  개선사항을 반영하느라 시운전기간을 늘린 것으로 GCB 교체에 의한 영향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업계는 SK가스의 직접 과실은 아니지만, 관계사의 허물이라 대외적으로 쉬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SK에코엔지니어링은 발전부문에서 고성하이(석탄화력), 파주장문(LNG), 여주복합(LNG), 청주(LNG) 등 '범 SK家' 사업을 주로 수행해 왔으나 시공품질은 아직 다른 1군 건설사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SK에코엔지니어링과 시행사의 발전분야 역량 한계를 보여줬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역량은 노하우와 경험을 갖춘 사람 아니겠냐"면서 "GS가 부천에 발전소를 지으면서 경쟁입찰로 GS건설이 아닌 DL에 시공을 맡겼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열사를 밀어주기보다 단가와 역량을 두루 고려한 선택이 이득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울산GPS는 SK가스가 울산 남구 부곡동 미포국가산단에 건설하고 있는 국내 첫 LNG·LPG겸용 발전소다. 가스터빈 410MW 2기와 스팀터빈 407MW 1기 조합의 복합화력으로 2018년 3월 발전사업허가를 받았다. 

이상복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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