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송산그린시티·왕숙·용인반도체 이어 고양 창릉도 선점
발전사+집단에너지업체 형태지만 발전소 건설·운영은 분리

[이투뉴스] 집단에너지 공급을 위한 중대형 열병합발전소 신규허가를 어느 순간부터 발전공기업들이 싹쓸이하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허가를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발전사업과 열공급을 분리, 발전사가 건설과 운영을 도맡는 형태다.

발전공기업의 약진은 사업자 간 자율적인 판단과 선택에 의한 협업도 있지만, 상당수가 석탄 대체발전소 건설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산업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구조다. 일부에서 집단에너지가 전력사업에 다시 종속돼 퇴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한국남부발전과 컨소시엄을 구성, 산업통상자원부에 고양 창릉지구 집단에너지 사업허가를 신청했다. 오는 2029년까지 전기용량 480MW, 열용량 311Gcal/h 규모의 열병합발전소를 건설, 난방과 온수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한난은 고양 창릉지구에 새로운 열원을 건설할 경우 서울복합(중앙지사)부터 상암지구-삼송신도시-일산복합-파주열병합까지 이어지는 열연계를 통해 경기 서북부지역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지역난방 공급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양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형태지만 발전설비 건설과 운영은 모두 남부발전이 책임진다. 한난은 열공급설비만 짓고 서부발전이 공급하는 발전배열을 창릉지구 등에 공급한다. 공급가구가 3만5000 세대에 불과한 만큼 별도 열전용설비(PLB)는 건설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난은 발전공기업과의 공동사업 결정은 부채비율 관리 및 투자비 조달이 용이한 것은 물론 발전사업에 대한 변동성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중부발전 및 남부발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종시 집단에너지 사업허가를 받은 이후 오랜만에 발전공기업과 다시 손을 잡았다.

한난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 수도권 중대형 열병합발전소 신설은 모두 발전공기업이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검단신도시 집단에너지사업자 재공모에서 ‘서부발전+GS에너지+청라에너지’가 495MW 규모의 사업권을 확보한 이후 왕숙지구도 서부발전+나래에너지서비스 컨소시엄(493WM)이 가져갔다. 

송산그린시티에 들어서는 남부발전의 열병합발전소(송산빛그린) 조감도.
송산그린시티에 들어서는 남부발전의 열병합발전소(송산빛그린) 조감도.

여기에 송산그린시티(남부발전+안산도시개발, 500MW급), 용인반도체(중부발전+SK E&S, 1GW급), 아산탕정2지구(서부발전+JB, 500MW급)도 사업허가를 받았거나 허가를 추진 중이다. 모두 집단에너지업체와 컨소시엄은 구성했지만 열병합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발전소가 책임지는 구조다.

향후 설비 개체 및 증설을 추진하는 지역난방 및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들 역시 발전공기업과의 짝짓기를 준비하는 사례가 많다. 열병합발전소를 전력수급계획에 포함시켜 매년 입찰로 결정한다는 방침이어서 단독으로는 변경허가조차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발전자회사가 중대형 열병합발전소 건설·운영을 싹쓸이하는 이유는 정부의 ‘석탄 대체발전소 건설’ 우대 정책이 가장 큰 이유다. 미세먼지 및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조기 폐쇄되는 석탄발전소를 LNG로 우선 대체해주는 과정에서 열병합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가스발전에 여유 용량이 없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발전공기업+집단에너지업체 간 공동사업은 각각의 전문성을 살려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아울러 발전공기업이 발전소 건설·운영을 맡고 집단에너지사업자는 열공급만 전담할 경우 재원조달을 비롯해 변동성 대응, 리스크 분산 등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열병합발전소를 분리, 운영할 경우 열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해 국가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이는 집단에너지사업의 고유가치를 상실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발전사 등 외부 열공급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열요금 산정, 수요개발 등 여러 측면에서 독자적·능동적인 사업 전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당초 한전 발전소에서 열을 공급받던 국내 집단에너지가 독자적으로 열병합발전소를 건설·운영한 이유는 전기와 열,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은 최적의 설비운영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열 공급가격 책정부터 수요까지 통제를 받아선 제대로 된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발전공기업의 열병합발전소 독식 현상이 집단에너지 사업특성을 무시한 채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비명이 나오는 이유다.

집단에너지업계 한 CEO는 “석탄발전 폐쇄로 남아도는 인력을 처리해야 한다는 발전공기업의 절박감과 이에 편승한 산업부 정책이 오히려 집단에너지 전문성을 헤칠 수도 있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이어 “사업을 공동 수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컨소시엄이 아닌 각각의 입맛대로 사업을 찢어 가지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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