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호 광운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 전기공학과 교수
송승호 광운대 전기공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송승호] 에너지는 참으로 복잡하고 어렵다. 그런데 세상 어려운 에너지를 쉽게 차트로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독일의 에너지 차트이다. 

에너지 차트는 독일 프라운호퍼 ISE 연구소가 발행하는 웹기반 에너지 데이터 제공 플랫폼이다. 가장 핵심적인 데이터는 에너지 원별 발전량과 에너지 현물 시장 가격이며 그 밖에도 부하 소비량, 에너지 저장량, 에너지 수출입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 원별 기상 자료까지 상세히 보여준다. 연간 에너지 생산과 소비 및 가격 변동에 대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보고서를 발간하여 다양한 부문에서 참고할 수 있는 정책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에너지 차트의 운영 목적은 “웹사이트에 이러한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에 관해) 보다 투명하고 목표지향적인 토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치 이념이나 특정 집단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 데이터로 제시하므로, 이해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독일 정부가 지원하고 공공 연구소가 지난 수 십 년간 꾸준히 노력하여 독일 전역의 태양광 및 풍력발전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고 검증하면서 발전해왔다. 프라운호퍼 연구소가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출력 예측에 관해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가진 연구 기관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최근에는 데이터 사이언스 기술을 접목하여, 축적된 데이터를 가공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조건에 따라 빠르고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터액티브 인포그래픽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성을 통해 정말 누구나 쉽게 독일 전국 혹은 특정 도시나 지역의 전기에너지 생산과 소비 그리고 재생에너지 공급 비율, 풍속 및 풍향이나 일사량, 온도 등의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단 몇 초만에 그려볼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발전량 그래프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기존 화석연료 및 원자력 발전량이 실시간으로 어떻게 변동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에너지 거래 시장의 하루 전(Day-ahead) 예측 가격과 실제 당일(Intra-day) 에너지 시장 가격이 결정되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히 현재 값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지난 20년간 시간 단위 혹은 분 단위로 어떻게 변동해 왔는지도 모두 쉽게 찾아보고 그려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24년 5월 1일 노동절에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많았지만, 전력 소비 부하가 크게 줄어든 관계로 에너지 시장 가격이 매우 큰 마이너스 값으로 예측되었고 실제로 약 -80유로/MWh 라는 최대의 마이너스 가격을 형성하게 된 기록도 고스란히 나온다. 하루 전 에너지 시장 가격 예측값과 실제 당일 거래를 통해 실제 가격이 얼마나 잘 일치하고 있는지를 보면 전기에너지 시장이 얼마나 변동성이 큰지, 또한 그런 변동성을 얼마나 잘 예측하여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도 있다. 

독일 전국에서 2024년 7월 25일 생산된 총 풍력발전량은 얼마나 될까? 그 중에 프라이브르그 지역에서 생산된 발전량과 함께 해당 지역 풍속, 풍향 그리고 일사량과 온도 데이터를 그려보았다. 전국을 약 300개 지역으로 세분화했고 지역별 풍속과 전국 풍속을 실시간으로 동기시켜 그려볼 수 있었다. 당연히 특정 지역의 풍속은 꽤나 변동성이 크고 그에 따라 출력변동도 크게 나타났지만, 전국 단위 풍속은 비교적 부드러운 추세를 곡선으로 반영하고 있었다. 역시 독일도 여름에는 바람이 별로 없다. 하지만 2024년 1월 첫 주 일주일간 풍속과 풍력발전량을 그려보니 전국 부하의 약 56%를 풍력발전이 담당하고 있었다. 참고로, 독일의 전력생산에서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연평균 약 32%에 이르며 에너지원 중에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2010년 이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태양광 발전은 2023년 현재 약 12%의 전력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통상적인 독일의 하루 전기에너지 시장 가격은 한낮에 크게 떨어진다. 태양광 발전이 늘어나면서 낮 시간에는 전기가 남아돌기 때문에 마이너스 가격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많았다. 발전사업자는 알아서 전기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돈을 물어낼 판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에너지 생산 비율이나 에너지 가격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에너지 가격이 충분히 싸고 게다가 거의 고정된 가격이었으며 일부 이해관계자들만의 비지니스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가 여기저기 흩어져서 생산하는 전기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모아서 가시화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변동하는 기상여건에 따라 에너지원의 공급량이 변하고 가격도 따라서 반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며 이러한 상황에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데이터를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시급하고 큰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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