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82% 속한 비수도권 낙찰률 급락 대규모 이탈 우려 / SMP 가격결정 실계통기반 전환하면서 제도정비 미룬 탓 / 年 830억원 정산금 절감 및 비상대응 효과 /NBTP도 10년 전 기준 그대로 DR경쟁력 약화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내 전력수급 현황판. ⓒE2 DB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내 전력수급 현황판. ⓒE2 DB

[이투뉴스] “작년부터 조업스케쥴을 잘 맞춰도 낙찰이 거의 안 됩니다. (낙찰률이) 3분의 1 이하로 줄었어요. 처음엔 전력수요감축사업(DR, Demand Response) 참여에 대해 사내 인식이나 반응이 좋았는데, 점점 상황이 바뀌면서 입장이 난처해지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에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고 있는 중견기업 A사에서 DR을 담당하는 한 간부는 요즘 쪼그라든 자발적DR 낙찰률로 의기소침하다. 무한정 발전소를 늘리는 대신 피크 때만 수요를 줄여 전체 효율을 높이고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는 DR사업자의 설명을 듣고 회사를 설득해 감축사업장으로 참여했는데, 낙찰률이 떨어지면서 조업 조정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A사 간부는 “DR은 정부정책이고, 비상 상황 시 정부가 얻는 편익은 우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보다 높을 것”이라며 “진짜 좋은 정책이고 사업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대로는 지속가능성이 있을까 싶다. 초기에 책정한 정당한 비용이 참여사업장에 지급되도록 하고, 가뜩이나 어려운 비수도권 사업장이 차별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아낀전기’로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해 온 DR계약 사업장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체 시장 입찰량은 증가하는 반면 낙찰량을 줄어들고 있고, 용량의 82%를 차지하는 비수도권 사업장의 경우 낙찰량 급감으로 사업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일이 대면접촉으로 애써 끌어모은 자원의 대규모 시장이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전체 DR시장 입찰량은 2021년 746GWh에서 이듬해 894GWh, 지난해 1058GWh로 해마다 100GWh 이상씩 늘었다. 반면 같은기간 낙찰량은 2021년 315GWh에서 2022년 176GWh, 지난해 169GWh 순으로 줄었다. DR 참여의지와 역량은 증가하는데 낙찰률은 3년 전 42%에서 지난해 16%로 3분의 1 수준이 됐다. 전력수요는 정체인데 신규원전과 재생에너지 증가로 예비력 자체가 넉넉해진 영향이 크다.

특히 비수도권 사업장의 타격이 컸다. 비수도권 자발적DR 낙찰률(괄호안은 낙찰시간)은 2021년 42.3%(70.1)에서 2022년 19.0%(35.8)로 반토막이 난 뒤 지난해 12.9%(29.1)로 한 번 더 주저앉았다. 수도권이 39.8%에서 23.8%로 줄었다가 지난해 35.1%를 회복한 것과 대조적이다. 비수도권 자원 등록량은 4.0GW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약 4.8GW)

수요관리기업들의 분석에 의하면 이같은 현상은 전력거래소가 2022년 9월 SMP(전력시장가격) 가격결정제도를 실계통기반으로 바꾸면서 본격화 됐다. 현재 당국은 수요자원 등록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고 있지만, 참여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차등기본정산금은 여전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합산평균을 내 충족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기본정산금은 자발적DR에 40시간 이상 참여(낙찰)해야 받을 수 있다. 낙찰률이 감소하는 비수도권은 향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기본정산금도 챙기지 못할 수 있다. DR은 전력시장 입찰 때 발전자원의 하나로 참여해 한전의 전력구입비를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고비용의 발전소 건설 대체로 연간 약 830억원의 정산금을 아끼고 있다. 수급위기 시 급한 불을 꺼 안정적 전력공급에 기여하는 편익은 별개다.

현재 수요자원거래시장은 30여개 수요자원전문기업이 5000여개 감축사업장을 관리하며 연간 2000억원 내외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시장규모가 한정돼 있는데다 영세한 중·소규모 관리사업장이 많아 시장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B 수요관리사업자는 "2022년 전략시장제도를 바꿀 때 기준을  바꿨어야 하는데, 소외된 DR시장에 누구도 관심을 갖고 챙기지 않았다"면서 "시간을 내 열심히 입찰에 참여하던 감축사업장들의 실망이 커지면서 앞으로 계속 DR에 참여해야 하느냐는 회의론 커지는 등 전반적인 위기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DR거래시장의 제도정비 지연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행 DR시장은 경제성DR 자원이 도매시장에 참여할 때 판매사업자(한전)의 손실을 초래하지 않은 가격(Net Benefit Test Price, 이하 'NBTP') 이상으로 입찰하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NBTP는 피크발전설비의 연료비를 기준으로 도출하는데, 10년전 시장을 개설할 때 전원믹스나 가격을 감안해 책정한 기준을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하면서 DR자원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C 수요관리기업 관계자는 "NBTP 산정 시 기준 발전기를 명확히 해 기준을 현실화 하거나 NBTP 이하 입찰을 허용하는 등  제도정비로 경제성DR을 활성화 해야 한다"며 "DR은 선진국도 ESS나 전기차 등과 연계해 보조서비스시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자원이다. 당국이 시장을 방치하면 어렵게 키운 시장이 고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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