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와 한국전력이 그동안 발전소 허가는 마구 내주면서도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망 확충을 미루더니 지방자치단체가 허가를 내주지 않아 전력망 확충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남탓을 하고 나서서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말 한전 본사에서 열린 전남·광주 전력계통협의회에서 호남지역 계통부족 해소를 위해 대규모 송전선로 조기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자체 비협조로 건설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사업지연 사례와 내용을 공개했다.

산업부가 제시한 지연사례와 기간은 ▶보성군 득량변전소 24개월(변전소 지장유무 조회 거부 및 사업계획 공고 열람 거부) ▶영암군 시종변전소 21개월(입지선정위 미참여 및 사업계획 공고 열람 거부) ▶ 장성군 신장성 변전소 및 신장성-신정읍 송전선로 8~21개월(사업계획 공고 열람 거부·입지선정위원회 위촉 거부) 등이다.

지자체는 변전소 건축허가를 비롯해 산지 및 농지 전용허가, 도로점용허가, 사업승인계획 공고·열람 등 다양한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다.

산업부는 지자체의 전력망 확충과 관련한 비협조가 반복된다면 계통보강 지연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지자체 협조로 전력망 건설일정이 단축될 경우 계통포화가 조기해소돼 신규 발전설비 연계가능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전력은 경기도 하남시가 동해안-수도권 2단계 HVDC 동서울변전소 증설불허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며 보인 반응과도 맥을 같이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정부와 한전이 합세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전력망 확충과 관련한 허가 불협조에 맞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발전업계는 정부와 한전이 스스로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지자체 탓만 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동안 정부가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전력망 상황이 동맥경화 상태에 이르도록 사실상 방조한데다 한전 역시 정권마다 정책이 변한다는 핑계와 원가보다 낮은 전기요금으로 투자재원 마련이 어렵다는 점을 내세워 송전망 확충을 소홀히 해왔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특히 지자체의 비협조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데다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법한데도 마치 송전망이 부족해진 이유가 지자체 인허가 때문인 것처럼 호도 하고 있다면서 잘잘못을 따진다면 오래전부터 반복된 경고와 지적을 무시하고 발전소 건설계획과 인허가만 내준 정부의 잘못이 훨씬 크다고 반박했다.

업계는 아울러 분산전원 정책을 정부가 추진한다면서도 아직도 정반대의 전력수급계획과 요금정책을 펴고 있으며 한전도 송전탑 님비현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방적으로 지자체 탓만 할 일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지자체도 주민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순리이기는 하겠지만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동맥경화 상태에 빠져있는 전력망 확충을 위해 최대한 주민을 설득하고 정부와 한전에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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