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최근 전국 수소충전소 판매가격이 kg당 9800원을 돌파하면서 수소경제가 역행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수소충전소 가격 인상은 몇 년 전부터 예견돼 온 사태다. 대다수 수소충전소가 적자 운영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충전소 적자액은 매년 억대에 달한다.

적자 누적에 민간 운영사는 기존 충전소 가격을 인상하거나 새로 여는 충전소 가격을 높게 정하고 있다. 반면 지자체가 직접 혹은 산하기관을 통해 운영하는 충전소의 경우 가격을 인상하지 않거나, 소폭 인상으로 마무리했다. 최근 안산시는 e로움 수소충전소 판매가격을 900원(10%) 인하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않는 것은 인프라를 먼저 조성해 수소차를 보급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수소차·충전소 보급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질문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앞장서 수소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비를 사용하고 있으나 수소차 판매량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최근 산업부가 공개한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1분기 수소차 넥쏘의 내수판매는 615대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7.9% 줄었다. 뿐만 아니라 넥쏘 판매량이 계속 줄며 우리나라는 몇년간 지켜오던 수소차 보급 1위 자리를 지난해 중국에 넘겨줬다. 

여기에 수소차 넥쏘는 1분기 수출이 19대에 그치는 등 해외시장에서 미라이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다.  2022년 현대차는 1만1354대 중 1만336대를, 지난해에는 5012대 중 4631대를 국내에 보급했다. 2년 동안 해외에 수출된 넥쏘는 1399대 불과하다. 

반면 도요타 미라이는 자국 판매량 2022년 846대 , 지난해 424대에 그쳤으나 글로벌시장에선 2022년 3696대, 지난해 3839대 판매실적을 거뒀다. 미국을 필두로 해외에선 수년째 넥쏘보다 미라이를 선택하는 비율이 늘고있다. 

넥쏘 모델이 구형인 것도 해외에서 미라이에 밀리는 이유 중 하나다. 도요타는 여러차례 미라이 신모델을 선보인 반면  넥쏘는 2018년 모델이 마지막이다. 내년 신모델 출시 계획을 밝혔지만 제네시스 수소차 개발 중단, 스타리아 수소차 모델 개발 연기 등 앞선 행보를 보면 이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런 상황 속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에서 밝힌 2040년 국내 수소차 누적 보급 290만대 달성을 위해 지자체별로 넥쏘 1대당 구매보조금 3250만~3750만원을 주고 있다. 미라이에 대한 지원금은 없다. 국내에서 수소차를 타려면 선호에 관계없이 SUV를 반강제로 선택해야 한다. 

해외에서 외면당한 넥쏘를 고집하는 것이 현대차 밀어주기는 아닌지 걱정도 든다. 시장 독점으로 몇년간 지원을 받아왔으나 기술력으로 해외에서 밀린다면 넥쏘만 고집하는 것이 되레 수소생태계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행위가 아닌지 재고해 봐야한다. 

유정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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