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환경부·중기부까지 중소기업 퍼주기, 대기업에는 인색
​​​​​​​에너지 효율혁신과 탄소중립 다 잡는 ESCO사업 활성화 필수

"무상지원 넘쳐나 절약사업 투자의지 실종"

[이투뉴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올여름 전력수요가 거듭해서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5일 93.8GW를 기록해 작년 기록을 가볍게 넘기더니 12일에는 94.5GW, 13일 94.6GW로 세 번이나 하절기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역대 최대수요(2022년 12월 23일 94.5GW)도 뛰어 넘었다. 전력수요 100GW 시대를 맞은 셈이다.

전력수요 증가는 무더위도 이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사안은 아니다. 다만 GDP(국내총생산) 증가분 만큼 에너지 수요까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EU와 일본 등은 GDP는 성장하면서도 에너지 절대사용량이 감소하는 등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완연하다.

특히 에너지효율화 투자 중 으뜸으로 평가되는 ESCO 사업 흐름을 보면 효율혁신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바로 알 수 있다. 2013년 3166억원에 달하던 사업규모가 2022년 7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00억원 수준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였지만 대세 전환이 아닌 일시적인 반등이라는 지적이다.

◆ESCO 등 효율화는 최적의 탄소중립 수단

ESCO 사업은 에너지 사용자가 기술적 경제적 부담 없이 고효율 절약형 시설로 개체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저감을 동시에 달성하는 최적의 탄소중립 수단이기도 하다. 삼정KPMG가 내놓은 균등화 발전비용에 따르면 ESCO를 비롯한 효율화는 kWh당 29원으로 원전(65원)과 석탄(81원), 가스발전(92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특히 126원인 태양광에 비해선 4분의 1 수준이다.

에너지 사용자가 곧바로 비용부담을 하지 않고서도 절약시설을 설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등 장점도 많다. 전문기업이 투자비용을 직접 조달하거나 성과보증을 통해 사업을 수행하며, 비용은 에너지 절감비용으로 충당한다. 2000년 103개소에서 2016년 335개소로 ESCO가 증가할 정도로 한때 유망사업 분야로 손꼽혔다.

에너지절약시설 투자비용 절감 외에도 ▶시설투자에 대한 기술적 리스크 해소 ▶전문 서비스 제공 ▶자금 지원 및 세제 혜택 등 많은 장점에도 불구 현재 국내 ESCO 사업은 위기상황이다. 복잡한 절차 및 홍보 부족으로 인해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사업체에서 ESCO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ESCO를 아예 모른다는 사업장도 적잖다. 특히 업계는 원가에 턱없이 미달하는 에너지가격으로 인해 사용자가 에너지 절약 및 효율화 투자사업에 나설 동력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성과배분과 성과보증계약, 사용자 또는 사업자 파이낸싱 등 용어부터 어렵다. 용어가 모호하고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높은 에너지절약 효과에도 불구 사용자 신뢰성은 제자리걸음이다. 또 분야별로 미흡한 기술력과 전문인력 부족, 한정된 사업모델로 주차장 또는 터널 LED 개체 등 한정된 사업형태에 머물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섞여 승승장구하던 사업을 대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끊으면서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것도 실책이란 평가다.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으로 인정, 성장을 도우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대기업이 철수하면서 성장동력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ESCO업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과 규모 차이가 큰 만큼 상생발전이 가능하도록 지원이 재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더욱이 에너지사용량이 압도적인 대기업이 적극적인 절약시설 투자에 나서야만 효과도 크다고 말한다.

ESCO업계의 자성과 반성도 요구된다. 작은 시장규모에 따른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한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영업이 적잖기 때문이다. 또 재원조달 한계로 정책자금 의존도가 큰 데다 파이낸싱과 팩토링(채권 양도를 통한 자금조달)에 매달려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에도 시달리고 있다.

◆넘쳐나는 지원사업에 ESCO는 뒷전으로
정부는 2022년 에너지 수요효율화 종합대책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5년간 2200만TOE를 절감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현장 효율화를 비롯한 3대 효율혁신 전략 추진과 함께 디지털 수요관리 확산을 주요수단으로 제시했다. 통상 실천전략을 내놓으면서 웬만한 아이템은 포함시키지만 어떤 일인지 ESCO는 빠트렸다. 산업현장은 KEEP 30(자발적 에너지절감목표 설정 및 실행)이나 EERS(에너지공기업 효율향상사업 의무화) 등이 주를 이뤘고, 가정·건물은 에너지 캐쉬백을 대표주자로 선정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에너지 효율 투자를 적극 권장하면서 융자·보조 금액과 범위를 확대했다. 융자한도(150억→300억원)는 물론 지원비율(중소 90 →100%, 중견 70 →90%)도 상향했다. 또 고효율기기 교체지원도 보조율(중소 40 →50%,   중견  70 →80%)을 확대했다.

산업부만 늘린 것이 아니다. 환경부는 중소·중견기업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중기부는 중소기업 지원에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름은 다르나 투자내용은 모두 엇비슷하다. 여기에  EERS를 시행해야 하는 에너지공기업까지 다양한 이유를 들어 지원에 나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지원하는 융자·보조 사업이 넘치다 보니 업체들이 ESCO는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이같은 지원사업이 주로 사업계획서 평가에만 머물러 실제 에너지 절감실적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검증 미흡으로, 투자대비 효용성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에너지진단 의무화에 따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에너지진단과 ESCO 투자사업의 연계를 원하는 사업자가 많지만 자금조달부터 진단결과에 대한 신뢰성 부족, 개선이행에 따른 인센티브 미흡으로 인해 사장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공공기관 투자사업의 경우 사업공고 시 설비의 사양이 결정돼 참여업체의 에너지절감율 및 절감량이 동일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사업수행 능력보다 가격경쟁으로 이끄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한 CEO는 “여기저기서 자금지원이 많다보니 기업들이 에너지절약투자를 후순위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거져 주는데 누가 ESCO 형태로 투자하겠나”라며 현 상황을 꼬집었다. 아울러 ”ESCO가 정책자금에 의지해 커온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올해 예산이 6월에 이미 소진되는 등 정책자금도 절약시설 투자와 묶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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