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 회장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지난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여러 전력 전문가들이 석탄발전소를 많이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는 당시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잘 반영되었다. 그 근거는 낮은 석탄 가격이었다. 그 결과 국내 석탄발전소가 많이 늘어나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당시 필자는 석탄발전소보다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한 바 있다. 석탄발전이 갖는 입지와 건설의 어려움 그리고 온실가스 문제는 필자 외에도 다른 전문가들이 충분히 제기하고 있었다. 필자가 이 외에 추가로 문제를 제기한 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송전 제약과 전원의 분산화 문제였고 둘째는 왜곡된 발전 연료가격의 문제였다. 

송전제약과 분산화의 문제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전력당국과 정부는 현재 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석탄발전설비는 인구밀집 지역에는 건설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가에 건설한다. 문제는 전력수요의 반가량을 차지하는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려면 송전선을 적지 않게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에 터진 수도권의 9·15 순환정전 사고와 이어진 전력부족 사태로 정부는 2012~2013년 절전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당시 한전의 발전회사들이 그 이전의 석탄발전소와 같은 비용을 들이면서 추가적으로 석탄발전소를 건설할만한 곳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긴급하게 민간의 석탄발전 건설 필요성을 느낀 전력당국은 제5차 및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하였고 그 결과 동해안에 민간 석탄발전소가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막상 동해안에 석탄발전소가 준공된 현시점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낼 송전선이 건설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곡된 발전 연료가격의 문제도 현재 진행형이다. 국내에 LNG로 도입하는 천연가스는 발전용, 산업용 및 가정용 등의 가격으로 구분되어 공급되는데 1990년대에 신속한 도시가스 보급을 위해 정부는 가정용 도시가스 가격은 정상 이하로 낮게 책정하였고 발전용 LNG 가격은 정상 이상의 가격을 책정하였다. 그 결과 발전연료로서 천연가스의 가격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결정되어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전과 석탄발전소에 밀리게 되었다. 그나마 수도권 같은 인구밀집 지역에 적합하였던 천연가스 발전소가 이처럼 왜곡된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으로 그 건설이 제한되자 송전선 수요는 더욱 커지게 되었다. 결국 오늘과 같이 생산된 전기는 있어도 보낼 전기는 없는 기이한 형국이 나타나게 되었다.

자원배분을 할 때의 기준을 물량으로 하느냐, 가격으로 하느냐는 오래된 경제학의 질문이다. 물량을 기준으로 볼 때는 부족한가, 남는가 여부로 따진다. 가격을 기준으로 볼 때는 가격이 높은가, 낮은가 여부로 따진다. 그런데 가격이 정부의 개입과 정책적 판단으로 왜곡된 가격으로 따진다면 잘못된 자원배분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경우 정부의 개입과 정책적 판단을 유보하고 가격신호를 되살리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발전설비처럼 계획과 규제로 정부가 자원배분에 개입하는 경우에는 가격 왜곡을 교정한 비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발전연료 가격을 일차 왜곡하고 다시 이 잘못된 가격신호로 전원구성을 결정하여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초래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부가 전력시장을 개선하겠다는 큰 결단을 내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가격신호의 회복이다. 그 첫째는 전기요금, 가스요금, 열요금 등과 같은 에너지 소매가격의 정상화다. 다음으로 전력시장, 가스시장, 열시장의 도매가격을 정상화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연료가격에 어떤 왜곡이 있는지, 정책적 개입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한전의 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서고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1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시점에서 에너지의 가격신호를 회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정부도 어쩔 수 없는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압력을 차단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에너지 가격결정을 독립규제위원회에 맡긴 것이다. 국회를 보면 이제 정치가 정부의 역할을 더 많이 대체하려는 것 같다. 우리 에너지정책에서 올바른 정치의 역할을 언제쯤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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