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 우기다.'

최근 한 방송사는 '대왕고래' 관련 취재결과를 보도했다. 이들은 엑트지오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를 만나기 위해 미국 텍사스 휴스턴을 찾았다. 엑트지오는 정부가 동해 심해가스전 탐사자료 분석을 맡긴 회사다. 1인 기업이기 때문에 아브레우 자택이 곧 엑트지오 본사다. 이날 아브레우 박사는 만날 수 없었다. 지난달초 집을 임대주고 브라질로 떠난 상태였다. 세입자는 "그분은 회사 일로 4년동안 브라질로 돌아가야 해서 집을 세놨다"고 세세하게 경위를 설명했다. 이후 석유업계 전문가 수십명이 모인 토론회에서 아브레우 박사에 대해 물었지만 10여명 모두 그를 알지 못한다 했다. 그의 얼굴을 다시는 못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 사람은 검증·자문가일 뿐이고, 석유만 찾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가 있다. 첫 시추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다만 국운이 달린 중대한 프로젝트이기에 검증에 검증을 거듭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왕고래'가 동해 심해가스전 첫 시추지로 결정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해명자료에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시추 세부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는 올해 연말께 1공을 뚫겠다고 반복해서 말해 왔다. 5개월 밖에 남지 않았지만 본래 시간에 쫓기면 몰입도가 더 올라가는 법이다. 시추 1공에 1000억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신중할수록 좋다.

석유에 이어 리튬 소식도 날아들었다. 이달 대전의 한 출연연구기관은 국내에서 리튬 매장여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원은 발표한 보도자료에 "우리나라에서도 리튬을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희소식이 찾아왔다"고 썼다. 자원부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출입기자로서 콧노래가 절로 났다. 다만 조금 걱정하는 이들이 있다. 우선 연구원이 새로운 리튬광상을 찾은 것은 아니다. 기존 알려져 있던 광상의 품위(품질)을 확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품위도 낮은 편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울진 보암광상의 평균 품위는 산화리튬 기준 0.213%, 단양광상은 0.149%이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리튬 광상의 개발을 위한 최저 품위를 0.2%로 본다"고 직접 설명했다. 무엇보다 아직 매장량은 확인하지 않았다. 정확한 경제성은 탐사시추가 끝나야지 알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이 연구원은 리튬에 진심이다.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카자흐스탄에서 리튬광구 탐사권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추정에 의하면 이곳에는 2만5000톤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 전기차 330만대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다만 자신들의 해명자료처럼 탐사권과 채굴권을 구분할 필요는 있다. 최근 국내 리튬광상을 호주사에게 뺏겼다는 언론보도에 연구원은 "해당 기업은 탐사권 출원 신청만 한 상태"라며 "아직 탐사권은 설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탐사를 할 수 있는 권리와 채굴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명확히 구분하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연구원장 임기가 곧 끝나니 이런 발표를 하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원장 임기는 올 12월까지다.  

김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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