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내 이름은 말야~♬"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한 보이그룹의 노랫말 가사다. 이성과의 첫 만남은 설렘과 동시에 뒤죽박죽의 연속이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노래를 귀 기울여 듣다 보면 상황이야 다르지만 비슷한 처지의 정부가 떠오른다. 가사처럼 계획대로 도통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정책을 시행하면서 한숨이 늘었다는 전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환원시기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본래 정부는 지난해 유류세 단계적 환원을 강력하게 검토했었다. 세수부족이 가장 강력한 이유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럴 때마다 갖은 변수들이 발목을 잡았다. 

처음에는 OPEC+ 때문이었다. 4월초 OPEC+는 시장예상을 깨고 깜짝감산을 발표했다. 유류세 인하조치 종료를 한달 앞둔 시점에서다. 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계획을 수정, 추이를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8월말까지 4개월 연장했다.

정해진 기한이 다 돼 달력을 보니 이번엔 민족대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9월)을 앞두고 물가안정에 집중해야 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10월말까지 2개월 더 늘렸다. 

10월에는 이게 웬걸, 중동 화약고가 터졌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류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국제정세는 누구도 사전에 예상할 수 없다. 불가피하게 12월말까지 2개월 추가연장했다. 

숨을 고를만하니 이번엔 총선이 코앞이다. 선거가 불과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 기획재정부는 총선과 이번 연장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당시 기름값이 두달 가까이 하락세였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이듬해 2월말까지 2개월 재연장. 다음에도 같은 이유를 들어 4월말까지 2개월 연장.

그렇다면 총선이 끝난 지금은 어떨까. 이번엔 다시 유가가 말썽이다. 어째 처음 유류세 인하를 시작했던 2021년보다 더 올랐다. 두바이유와 북해산브렌트유(Brent)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는 등 연중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기름값을 올리지 않겠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 금값사과다, 대파논란이다 고물가에 민감한 요즘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방법이다. 근본적인 방안 없이 외부눈치만 살피다 보니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유가가 오르지 말라고 하늘에 빌어야 할 판이다.  

다음주 인하여부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재 분위기는 재연장에 무게가 실린다. 반복되는 상황에 "그럼 이번엔 한달만 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언젠가는 원래 자리로 되돌려야 하는 유류세다. 이번에 연장하게 되면 9번째다. 

김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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