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효재 COR Energy Insight 페이스북 지식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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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칼럼 / 권효재] 석유, 석탄, 천연가스는 전세계 에너지 수요의 80%를 감당하며, 우리나라는 92% 수준입니다. 2020년 COVID-19 창궐로 경제 활동이 위축되자 에너지 가격은 급락했다가, 2021년 3월에 예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후 점차 가격이 오르다가 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탄과 천연가스의 가격은 통상 수준의 4배까지 치솟았습니다. 화석연료 가격 급등은 전세계 공급망과 전력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현재 화석연료들의 가격은 2019년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위기로 인한 피해가 모두 회복되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 전력 시장 다수는 천연가스 가격에 따라 전력 도매가격이 결정됩니다. 2022년 전세계적인 천연가스 가격 급등은 전력 도매가격 급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각국 정부는 소매가격 상한선을 설정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출했지만, 시민들도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에 에너지 수입 비용으로 전년 대비 약 100조원을 더 지출했습니다. 발전용 석탄과 천연가스의 수입액이 각각 2배 늘어났으며, 한전은 발전원가 상승분을 대부분 흡수했습니다. 그 결과 한전의 누적 적자는 200조원을 넘겼고, 경영 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석탄가격 폭등은 저렴한 고온 열원을 사용하는 산업 공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철강과 시멘트입니다. 철강과 시멘트를 많이 쓰는 건설 분야 역시 원가가 40퍼센트 올랐습니다. 또한 산업단지의 스팀 공급 시설 상당수가 석탄을 사용하므로 일반 제조 공장들의 에너지 비용도 함께 올랐고,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화석연료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에너지 비용 인상, 부동산 가격 인상, 전반적인 물가 인상으로 전이된 셈입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세계 경제의 문제점은 단시일 내에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소재 가공은 고열을 많이 필요로 하며, 전기화가 어렵습니다. 당장 막대한 무탄소 발전 설비를 대량으로 확보해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안 중 하나가 그린 수소의 활용이지만 높은 가격은 차치하고, 공정 전환 기술 개발과 수소 공급망에만 수십 조원 투자가 필요합니다. 또한 에너지 위기와 뒤이은 물가인상은 결국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선투자 후회수 방식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재원은 축소되고 에너지 인프라 사업들의 경제성이 악화되었고, EU를 비롯한 각국들은 에너지 전환에 대해 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하며 지원 규모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이상은 탄소중립과 탈화석연료이나, 현실은 80퍼센트의 에너지를 화석연료 의존하므로 에너지 전환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업입니다.

역설적으로 석탄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중국)와 석유와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미국)가 2022년 에너지 위기를 무난히 극복했습니다. 이 두 나라는 2022년을 계기로 에너지 전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갑이 두툼해야 인심을 쓸 수 있듯이 여러 난관을 극복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진행해 나가려면 풍부한 화석연료를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행운이 없다면 전환 기간의 고통을 감수하는 국민 전체의 의지와 충분한 재정 투입이 꼭 필요합니다. 에너지 전환은 거창한 목표, 감상적인 구호, 환상적인 기술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고통 분담과 끈질긴 협의를 통해 진전될 수 있습니다.

2022년 에너지 위기는 이제 거의 끝났지만, 교훈은 남았습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일부 계층은 수입이 줄고 우리 모두가 추가 비용 부담을 해야 하므로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주제입니다. 그럴수록 진정성 있는 솔선수범과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로 지난 에너지위기보다 더 큰 재난이 발생한 이후 후회해도 늦습니다. 에너지 공급망의 안정적인 유지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 플랜 준비가 정치권의 중요 의제로 채택되어야 합니다. 더 중요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우직하게 밀고 나가되, 솔직하게 대화하고 경청하는 에너지 전환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 중립을 위해 국민 모두에서 증세의 필요성을 호소하면서, 동시에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화석연료 관련 지출을 솔선수범해서 줄이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리더를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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