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풍력발전보급촉진법·국가기간전력망법 서둘러야"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이투뉴스/이동일 변호사]  에너지전환이라는 개념은 독일 외코연구소(Öko-Institut)에서 발간한 처음 ‘에네르기벤데-석유와 우라늄 없는 성장과 번영’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사용되었다. 화석연료의 고갈 가능성에 대한 대안으로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각국의 에너지공급 원칙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있었다. 이에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때에 따라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가 발발했다. 산유국 주도로 석유 가격이 앙등하자 산업국가들의 경제는 일제히 위기를 맞았다. 저렴한 유가를 기본 전제로 삼은 경제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대안적인 에너지 시스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1970년대에 에너지전환의 기본 개념이 마련되었지만 당대엔 석유 중심의 에너지경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화석연료의 고갈 외에 에너지전환 논의의 불을 댕긴 또다른 요인은 기후변화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기구(UNCED)의 기후변화회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리우선언의 핵심 요소들은 1997년 교토 의정서로 이어졌으며, 2005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제 조약으로 결실을 맺었다.

RE100 이니셔티브는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구매하거나 또는 자가생산하는 자발적 운동을 말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400여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더 나아가 RE100 참여기업은 자사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재생 전력사용 촉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RE100 기업에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RE100에 동참해야 한다. RE100의 실천 여부가 기업 생존에 중요한 요소가 되는 시대이다.

국내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전경

에너지전환을 위한 제도구축은 1988년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을 통해 그 근간이 마련됐다. 이후 대체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으로 법명이 개정되면서 35년간 발전차액지원제도,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제도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양적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간헐성으로 인한 출력제한, 2008년 밀양 송전망 건설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으로 시작된 전력계통 구축의 어려움 등 다양한 문제가 발행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기존의 법·제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에너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우리의 법·제도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2022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서 에너지전환의 개념을 법제화 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2조제10호는 에너지전환을 에너지의 생산, 전달, 소비에 이르는 시스템 전반을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성·안전성·에너지안보·지속가능성을 추구하도록 전환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제30조에서 지역 에너지 전환의 지원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했다.

둘째, 2023년 6월 14일 분산에너지법이 국회에 통과되어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분산에너지법 중 에너지전환에 기여 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통합발전소사업의 도입과 배전사업자에게 안정적인 배전망 관리에 대한 법적 의무를 부과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통합발전소란 정보통신 및 자동제어기술을 이용해 에너지자원을 연결·제어하여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사업을 말하는데 소규모 분산자원들을 통합하여 하나의 발전소와 같이 전력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됨으로써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간헐성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분산에너지법은 배전사업자에게 배전망에 연계된 사업지역 안에서 분산에너지사업으로 발전된 전력에 대한 출력예측, 감시, 평가 등을 통해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의무와 분산에너지사업자가 전기의 수요·공급의 변화에 따라 전기를 원활하게 배전망을 통하여 공급할 수 있도록 기준에 적합한 설비를 설치·관리할 의무, 분산에너지 수용에 필요한 배전망을 적절하게 증설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재생에너지 등이 확대될 수 있는 계통환경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에너지전환을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풍력발전보급촉진을 위한 특별법’과 ‘국가기간 전력망확충 특별법’제정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 전체 전력 중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해상풍력발전의 보급이 필수적이다. 해상풍력은 태양광이나 육상풍력 대비 수용성, 출력 간헐성 등에서 장점이 많다. 특히 우리가 강점을 보유한 조선·철강·해양플랜트 산업과 시너지 효과가 높아 타워·하부구조물·설계시공 등 연관 산업 파급효과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복잡·다단한 인·허가 절차 등으로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끊임없이 있어 왔고,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적잖았다. 이에 정부 주도적으로 해상풍력 적합입지를 발굴해 각종 협의 및 인·허가 등 전 과정을 지원하고 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수산업과의 상생을 도모할 ‘해상풍력발전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제도개선은 꽉막힌 재생에너지 보급환경에 큰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재생에너지가 적기에 확대되기 위해서는 전력망의 확충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밀양 송전선로 사태에서 경험했듯 수용성 확보는 쉽지 않다. 현재는 한전이 송전선로 건설을 도맡아 추진하고 있으나 늘어나는 발전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의 원활한 보급과 국가 기간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확충 특별법’ 제정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위 두 법률은 국회에 상정되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어렵다면 22대 국회에서라도 조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오늘날 탄소중립 및 에너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에너지는 국내 산업의 국제 경쟁력과  국가안보, 환경, 기후변화대응 등 다양한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에너지정책은 다른 영역보다 긴 호흡을 갖고 그려가야 한다. 에너지정책의 일관성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에너지믹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기업 투자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에너지전환이라는 장기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 [email protected]
대한변협 에너지전문변호사/ 한국에너지법학회 이사/ 전기위원회 법률분쟁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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