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주유소 늘고, 카드수수료는 골치
주유소협회·석유유통협회 공동기고

[이투뉴스]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고 있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매년 200여개소꼴로 폐업 중이다. 과포화시장, 출혈경쟁, 알뜰주유소 출현, 내연기관 퇴출 등 여러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내 주유소 숫자는 1만1000개소 안팎으로, 조만간 1만개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가장 많았을 때는 1만3000여개소. 퇴출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버티는 주유소들은 전기차 충전·태양광 발전설비 등을 갖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 분야 산업계 대표 협회인 주유소협회와 석유유통협회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생존전략 다시 짜는 주유소업계… 정부 지원 절실


심재명 한국주유소협회 이사

심재명 주유소협회 이사.
심재명 주유소협회 이사.

#1. 국도변에 위치한 부지 600여평의 A주유소. 명절만 되면 차량 수십대가 줄을 섰다. 시내 초입에 있는 터라 평상시에도 차량이 꽤 북적북적했다. 하지만 인근에 고속도로가 새로 연결되면서 이제는 손님이 뚝 줄었다. 사무실 출입문에는 '배달주문시 010-XXXX-XXXX으로 연락주세요'라는 문구만 덩그러니 적혀있다.

#2. 직원들에게 밝은 웃음과 친절한 서비스를 강조해 왔던 C주유소 사장님. 한때 5명까지 직원을 뒀지만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코로나19 시기에 3명으로 줄였다. 그것도 잠시 지난해 셀프주유소로 리모델링을 하고 2명을 내보냈다. 올해초엔 남은 직원마저 계약을 해지, 현재는 가족이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틀에 한 개꼴로 문 닫는 주유소.
국내 주유소 숫자는 2010년 12월(1만3004개소) 정점을 찍은 뒤 계속해서 줄고 있다. 지난해 말 집계치는 1만868개소. 지난 13년 동안 2136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일(日)로 계산하면 이틀에 한 개꼴로 문을 닫은 셈이다. 2136개는 현재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7개 대도시에서 영업하고 있는 주유소 수(2156개)와 맞먹는 숫자다.

전기차 보급과 내연기관 퇴출이라는 분명한 사실도 주유소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어렵게 경영위기를 이겨냈다 하더라도 내연기관 차량 자체가 줄어들면 주유소는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전환은 개인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주유소가 2019년 수준의 영업실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2053개, 2040년까지 8529개가 퇴출당할 것으로 진단했다. 다시 말해 2025년에는 현재 주유소의 85%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주유소는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되기도 전에 사라질지 모른다.

주유소가 폐업을 하고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주유소가 폐업을 하고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미래와 생존을 위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주유소 사업자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 협회에서 주유소 운영에 대한 문제의식을 조사한 결과 48%가 '염가 판매업자의 저가 공세'를 가장 큰 문제로 인식했다. 다음으로는 42%가 '친환경에너지 전환'을 꼽았다.

또한 향후 친환경 연료 공급처로 바꿀 의사가 있는지에는 '전환한다'가 51%, '폐업한다'가 49%로 나타났다. 두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질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절반 이상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기존 주유설비에 더해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 인프라, 태양광 발전장치와 ESS, 소규모 연료전지 발전설비 등을 복합적으로 갖춘 시설을 말한다. 태양광이나 연료전지 등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에 필요한 전력 일부를 자체적으로 공급한다는 이점이 있다. 분산 전원의 주요 시설로 꼽힌다.

최근 정부도 기존 주유소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접목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전환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주유소업계가 그동안 에너지 공급 최일선에서 해온 역할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도맡을 수 있다. 경영위기에 봉착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자금이다. 아직 많은 주유소들이 정부정책에 실질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새로운 사업모델이긴 하지만 수익성과 전환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재로선 적극적인 투자가 불가능하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지난달 서울시는 주유소·LPG 업계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보급 확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심재명 주유소협회 이사, 박현동 석유유통협회 부회장,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유연백 석유협회 부회장, 이호중 LPG협회장, 우영훈 LPG산업협회 차장.
지난달 서울시는 주유소·LPG 업계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보급 확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심재명 주유소협회 이사, 박현동 석유유통협회 부회장, 여장권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유연백 석유협회 부회장, 이호중 LPG협회장, 우영훈 LPG산업협회 차장.

신용카드 수수료에 등골 휘는 주유소


김종석 한국석유유통협회 전무

김종석 석유유통협회 전무.
김종석 석유유통협회 전무.

◆영업이익률 2% 남짓인데 카드수수료는 3%
올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급수단별 이용 비중(2021년)'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결제수단은 신용카드(49.5%)다. 뒤이어 체크·직불카드(15.3%), 현금(14.6%), 계좌이체(10.0%), 모바일 카드(6.6%) 순이었다. 그런데 주유소업계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주유소 내 신용카드 사용률은 1980년대 5%대에서 최근에는 95%를 넘어섰다.

주유소 사업자는 신용카드 결제액의 1.5%를 수수료로 카드사에 지급하는데,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유가상승에 따라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1985년에 휘발유 1리터를 팔면 카드수수료는 9.9원(660원의 1.5%)이었나, 현재는 25.5원(1700원의 1.5%)이다. 신용카드 사용률과 유가가 같이 오르니 사업자들의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고객이 셀프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한 고객이 셀프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둘째, 정부에 귀속되는 유류세(1리터당 휘발유 860원, 경유 625원)에 대한 카드수수료까지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명목상으로는 1.5%지만 실제로는 3% 안팎의 높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참고로 최근 5년간 주유소업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8~2.2%에 불과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수준이다.

셋째, 1.5% 수수료율은 가맹점(주유소)이나 가맹점 단체(석유유통협회·주유소협회)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책정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1983년부터 현재까지 41년간 어떠한 변동도 없는 실정이다. 협회는 그동안 카드수수료율 인하, 카드사 적격비용 자료 공개, 가맹점 단체와의 수수료율 협상 등을 요구해왔으나, 카드사는 이런저런 핑계로 모두 거부하고 있다.

올해 협회는 대정부·대국회 건의, 주유소 사업자 1만명 서명운동, 국회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주유소 카드수수료율을 현행 1.5%에서 1.0~1.2%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유가에 따른 수수료율 탄력 적용, 유류세분 카드수수료 부담액에 대한 세액공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한 현금결제 우대 허용 등 제도개선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관철할 방침이다.

◆법원 "신용카드 청구할인액 부가세 돌려줘라"
신용카드 결제와 관련해서 최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이슈가 '부가세 경정(환급)청구'다.

2022년 10월 대법원은 GS홈쇼핑(현 GS리테일)이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세 경정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쟁점은 신용카드 결제 시 청구할인 되는 금액이 부가세법상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매출에누리(공급조건에 따라 통상의 대가에서 일정액을 직접 깎아 주는 금액)에 포함되는지였다.

대법원은 "쇼핑몰과 신용카드사가 고객이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신용 구매하면 신용카드사가 익월 신용카드 이용대금을 할인해주기로 하는 청구할인 공동마케팅 약정을 한 경우 신용카드 청구할인액은 상품공급가액에서 직접 깎이는 에누리액"이라고 해석했다(대법원 2022두49304 판례). 즉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신용카드 청구할인액을 제하고 부가세를 다시 계산(경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협회는 청구할인 카드가 많이 사용되는 주유소 업종에도 이러한 판례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주유소에서 신용카드로 5만원을 결제했는데 청구할인이 적용돼 최종적으로 4만8000원을 카드대금으로 냈다고 가정해보자. 위 판결을 인용하면 주유소 사업자는 결제금액 50000원에 대한 부가세를 냈으나 실제 상품공급가액은 4만8000원이므로 기납부한 부가세(5000원)에서 매출 에누리액 2000원에 대한 부가세(200원)를 환급해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

문제는 부가세 경정청구를 하려면 카드결제 청구할인이 적용된 금액을 대략이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협회는 2022년부터 회계법인 및 법무법인과 협력, 신용카드사로부터 청구할인이 적용된 결제정보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회를 통해서 카드사에 자료제출을 요구했고, 최근에는 자료제공 요구 주유소에 대한 카드사의 개별적인 자료제공에 정유사들이 동의하도록 의견을 조율 중이다.

신용카드 청구할인액에 대한 부가세 경정청구가 인정되면 주유소 사업자는 최근 5년간 납부한 부가세 중 일부를 환급받게 된다. 주유소 경영난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가가치세 경정청구 과세표준.
부가가치세 경정청구 과세표준.

김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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