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태양광은 수도권까지 토·일 일괄 운영제한
출력조절불가설비 작년 47.9GW에서 3.4GW↑ 
"출력제어불가 전원 예외없이 정지 할 수밖에"

태양광발전소 하부 인버터 설비 울타리에 특고압 경고 푯말이 붙어 있다. ⓒE2 DB
태양광발전소 하부 인버터 설비 울타리에 특고압 경고 푯말이 붙어 있다. ⓒE2 DB

[이투뉴스] 서울시 송파구에 있는 A고등학교는 지난달 말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6시에 학교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설비 인버터(전력변환기)를 수동 정지하고 있다. 교육청을 통해 내려온 한국에너지공단의 협조공문을 따르기 위해서다.

이 지침에 의하면 관내 유치원부터 초·중·고교에 설치된 설비용량 20kW 초과 태양광은 오는 6월 2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강제 운휴에 들어가야 한다. 송파구 내 적용 교육시설만 3.7MW로 2012년부터 이들시설을 설치하는 데 투입된 예산은 약 115억원이다. 이 지침이 전국 모든 공공시설에 일괄 하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수백MW의 태양광이 두 달 이상 휴일마다 발전을 중단하는 셈이다.

은평구 B 교육시설에서 설비관리를 맡고 있는 C씨는 “수도권은 발전소가 부족해 지방에서 전기를 끌어온다면서 판매용도 아닌 태양광을 꺼야한다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아직 우리나라는 해외 다른나라에 비해 태양광이 많은 건 아니라는데 앞으로 집집마다 (태양광을)설치하면 정지시간도 더 늘어나야 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전국 공공기관 태양광 주말·휴일 운영제한 등의 고강도 시책 총동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봄철 경부하기(전력수요가 적은기간) 전력계통 운영이 위태로운 외줄을 타고 있다. 

모든 석탄·가스발전기와 일부 비중앙발전기 출력을 최소수준으로 낮추거나 정지해도 출력조절이 안되는 원전 상시가동량이 20GW 이상으로 평년보다 월등히 많은데다 마찬가지로 경직성 전원인 태양광의 한낮 순간발전량이 20GW를 훌쩍 넘어서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 추세로 두 전원이 단일 계통안에서 동시에 늘어나면  내년부터는 대규모 추가 태양광 출력제한(Curtailment)과 원전 가동정지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전력당국과 발전사업자들에 따르면 이달 휴일기준 전력망의 최소수요는 당초 전망치인 37.3GW에 근접해 일찍이 40GW를 밑돌고 있다. 또 한전PPA 등 비계량 태양광 발전 추정값을 포함한 태양광 순간출력은 한낮 기준으로 20~23GW까지 상승해 일부 휴일에는 전원 내 비중이 30~50%까지 치솟고 있다.

전력거래소 등의 정부기관은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중심으로 매주 비상근무에 들어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또 출력제어 대상 발전사업자에게 전날 오후 6시, 제어당일 9시, 제어 30분전 세 차례에 걸쳐 각각 문자 등으로 사전에 출력제어를 안내하고 있다.

한 당국자는 “시간대별 출력제어 업무 수행절차에 따라 전날 제어대상과 규모 등을 정해 발전사에 1차 고지한 뒤 야간근무자가 밤사이 기상청 정보 등을 새로 반영해 물량을 줄이는 등 계획을 재조정해 당일 오전 9시 2차 통보하고 30분 전에 최종 제어한다"면서 "출력제어의 기본방향은 주파수, 송전제약, 하향예비력 등 계통안정화 개선 효과와 모든 전원이 예외 없이 대책에 참여해야 한다는 형평성”이라고 설명했다.

전력당국과 한국에너지공단이 일선 교육기관에 내린 공공 태양광 운휴지침. 5월 휴일과 연휴기간 인버터를 수동 정지해 발전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전력당국과 한국에너지공단이 일선 교육기관에 내린 공공 태양광 운휴지침. 4~5월 매주 휴일과 연휴기간 인버터를 수동 정지해 발전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올봄 비중앙발전기 출력 제어순서는 ▶태양광·풍력을 제외한 공공 기타비중앙 ▶민간 기타비중앙 ▶공공 태양광·풍력 ▶민간 태양광·풍력 순이다. 각 그룹별 제어는 특정 발전기만 손실을 보지 않도록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어비중을 균등화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단 송파구 학교 태양광 사례처럼 따로 휴일 근무자가 없는 경우 사전에 공지한 운영제한 일정에 따라 일괄적으로 휴일에 가동·정지하는 고육지책을 동원하고 있다. 발전소 설치개소가 전국적으로는 십수만곳에 달하는데다 개별제어가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라 따로 지역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전력거래소 측은 수도권지역 태양광까지 정지할만큼 출력제어가 주먹구구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제어여건이 된다면 계통여건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맞겠지만, 공공의 경우 휴일에 당직자가 근무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수시조작이 불가능하다”면서 “수도권 공공 태양광 주말 정지는 대신 다른 발전기 가동을 통해 하향예비력(감발능력) 확보에는 기여하므로 문제가 있다고만 볼 순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불과 봄철 계통운영 여건이 급격히 악화된 원인은 태양광과 동시에 원전 발전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원전 공급능력은 작년 4월말 19기 19.4GW에서 이달 현재 24기 25GW로 5기 5.6GW 증가했다. 고장·사건으로 정지했던 원전이 속속 재가동에 들어간데다 정부가 한전 대규모 적자를 완화한다는 이유로 원전 발전량을 최대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들 원전의 정비일정 등을 조정해 봄철 가동원전을 19기 19.7GW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원전은 계획에 의한 저속 출력 증·감발도 일정 횟수 이상일 경우 핵연료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연휴나 명절이 포함된 특수 경부하기를 제외하고는 아직 상시 감발운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봄철 수급대책기간 경직성 전원 설비용량(출력조절 불가 설비량)은 작년 봄 47.9GW에서 올봄 51.3GW로 3.4GW 증가했다. 

신고리 5,6호기 신규 원전 건설현장
신고리 5,6호기 신규 원전 건설현장

전문가들은 미흡한 사전대응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10%에 못 미치는 나라의 계통운영이 너무 빨리 한계에 치달았다고 지적한다. 

전영환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총체적 난국이다. 경직성 전원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충돌문제 뿐만 아니라 태양광인버터의 IT연계 자동화도 진즉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사안이었다"면서 "세계 어느 독립계통도 경직성인 원전 비중이 30%를 넘는 나라가 없다. 그럼에도 송전망 건설은 진척이 없고 신규 원전 건설계획만 있다"고 직격했다.

또다른 B 계통운영 전문가는 "원전이든 태양광이든 앞으로 계속 늘어나려면 출력제어 성능을 갖추는 쪽으로 기술과 시장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예외는 있을 수 없다.  그걸 충족하지 못하면 원전도 세울 수밖에 없다"며 "이제 비중앙발전기도 모두 급전자원화 돼야 한다. 그럴려면 계통운영 못지않게 시장제도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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