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15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 1조8000억원 정도였던 미수금이 2022년 8조6000억원, 2023년 13조원으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 5월 기준 15조3955억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늘어나는 규모다. 천연가스 원료비 변동요인을 적시에 반영토록 한 연동제가 정치적 논리가 개입돼 유보되면서 누적된 결과다. 

도시가스요금은 1998년 8월부터 원료비를 유가와 환율에 연동시키는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산정되고 있다. 2020년 8월부터는 도시가스 용도를 민수용, 상업용, 발전용으로 세분화시켜 민수용은 2개월마다, 상업용·도시가스발전용은 매월 조정하고 있으며, 민수용의 경우 요금 안정성을 위해 산정원료비가 기준 원료비를 ±3% 초과할 경우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제 LNG가격은 약 200% 오른 반면 국내 가스요금은 약 43% 인상되는 데 그쳤다. 주택용·일반용 등 민수용 도시가스 원가율은 현재 80% 수준이다. 가스공사가 1억원 상당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때마다 2000만원 정도 손해가 난다는 뜻이다.

용도별 불균형이 심화된 천연가스 원료비 연동제의 파장은 이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이 쌓이면서 현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아 LNG수입을 위한 단기차입을 늘리고 있고, 이로 인한 누적 부채가 47조4286억원에 달한다. 이자비용만 1조6000억원으로, 가스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대라는 점에서 사실상 번 돈을 다줘도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셈이다. 가스공사가 2026년까지 고강도 자구계획을 펼치고 있음에도 이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실상 낙제점인 D등급을 받은 배경이다.  

문제는 원료비 연동제 유보로 인한 십수조원 규모의 미수금이 가스공사의 경영 위축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적 수급 안정성 저해, 가격 시그널 상실로 인한 소비자 요금 수용성 및 합리적 소비 저해 등 가스산업 전반에 걸친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대 간 교차보조에 따른 불공정 시비는 물론 후세대 부담도 가중시킨다. 미수금은 언젠가 소비자가 갚아야 할 부채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본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현재 치러야 할 비용을 빚으로 쌓아두고, 덤으로 이자까지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더 이상 연동제를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천연가스 시장의 효율성 제고와 공급 안정성을 위해 점차적으로 민수용 도시가스 원가율을 높이는 요금 현실화를 꾀하고, 미수금은 재정 투입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리는 배경이기도 하다. 더 이상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폭탄돌리기’인 원료비 연동제 유보의 악순환을 이어가선 안된다. 

채제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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