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우리나라의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은 235조5733억원에 달한다. 국가 전체 예산의 36.8%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너지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는 말이 체감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러-우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생태계 변화는 거대한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았다. 특히 천연가스 시장은 공급망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우리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에너지·자원 해외 의존도가 94%를 넘는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의 현주소를 보여준 셈이다. 

에너지 전환과정에서 가교 자원으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이 한층 더 커질 것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최적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천연가스 수급 안정성 확보는 단순한 정책과제를 넘어,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과제다. 

하지만 정작 천연가스 수급 안정을 위한 가격 시그널은 그렇지 못하다. 장기간 원료비 연동제가 유보되면서 글로벌 시장가격 변동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소비자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줘 오히려 수요 증가와 수급 불안정을 초래하는 결과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화와 거리가 먼 가격 시그널은 40조원이 넘는 한국전력의 누적적자와 14조원 규모의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으로 이어지면서 미래 지속가능성을 준비해야 하는 에너지 공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일각에서 서민경제 안정과 산업계 경쟁력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의견도 없지 않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장의 가계경제와 산업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을 더하는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실화 되지 않은 요금 탓에 수요 절약에 대한 동인이 전혀 없는 만큼 제대로 된 가격 시그널로 소비자 인식 전환을 꾀하고, 변동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않는 요금 구조가 시장을 왜곡하는 만큼 요금 정상화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라는 선순환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천연가스는 우리나라 에너지 수급의 핵심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자원이다. 에너지 안보가 곧 국가 안보이고, 탄소중립을 향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천연가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분명한 만큼 명확한 가격 시그널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채제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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