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 "탈탄소보다 자율주행 개발 속도가 관건"
자원공학회, 이차전지 산업 주제 하계 특별포지엄

[이투뉴스]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으로 전기차·배터리업계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는 속도조절을 하고 있는 중이며 2020년대 후반께부터 다시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율주행 및 전동화가 일상으로 침투하는 시기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자원공학회(회장 정명채)가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A to Z'란 주제로 24일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하계 특별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현황 및 정책 동향'이란 발제를 통해 현재 주춤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 머잖아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하나증원 연구위원이 전기차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원 연구위원이 전기차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수익성에 따라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달라지는 것이지 절대 (내연기관으로) 회귀하진 않는다"며 "현재 고금리 및 고물가, 기후변화 담론 약화 등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결국 전기차로 갈 것이며, 전환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는 이유에 대해선 TCO(Total cost of ownership, 총소유비용)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TCO는 초기 투자비용과 운영 및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을 말한다. 

그는 "전기차 시장이 구조적으로 성장하려면 내연기관차 대비 TCO 우위가 필요한데 여전히 열세인 상황"이라면서 "보급형 전기차가 대거 출시되면서 초기비용이 떨어졌다지만 신차가격, 기름값, 전기요금, 주행거리를 고려해 보면 10년을 타야 내연기관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최근 중고차 시장 성장세도 전기차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배터리 부품비용 및 수리비용 때문에 중고 전기차의 감가상각률은 내연기관보다 높다"며 "TCO가 더 떨어진다는 얘긴데, 전기차만의 고유가치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국은 휘발유가격이 싸기 때문에 전기차 구매이유가 이보다 적다. 종합하면 아직 전기차 시장은 시장논리에만 맡기면 성장하긴 어렵단 뜻이다. 전기차 확대 정책동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탈탄소에 대한 정책기조가 약해지고 있는 것도 전기차 성장을 막고 있다고 했다. 실제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관점이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기후변화에 대한 생각차가 뚜렷하다. 민주당 지지층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자는 입장이고, 공화당 쪽은 기후변화가 큰 위협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잘 알려진 '기후위기 부정론자'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하나증권 발표자료 캡쳐.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하나증권 발표자료 캡쳐. 

이처럼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많은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다. 국가별 정책지원이 줄고 있음에도 민간기업들은 앞다퉈 전동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는 탈탄소보다는 자율주행 기술개발이 전기차 성장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풀이했다. 전기차는 동력원과 전력원을 일치시킨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에너지효율 측면에서 뛰어나다. 

그는 "자율주행은 '시간가치 극대화'라고 하는 인류 기술발전의 핵심 명제와 맞닿아 있어 필연적 미래다. 특히 전동화 과정에서 빠른 연산처리와 큰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전력원이 필요하다. 이는 배터리 탑재 용량 증가 및 배터리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연구위원은 "현재 자율주행산업은 대규모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2030년대부터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맥킨지는 순익분기 돌파 시점을 미국 2031년, 중국 2034년, 유럽 2035년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배터리 생태계는 이 과실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국가별 자율주행산업 수익 시점. 하나증권 발표자료 캡쳐.  
국가별 자율주행산업 수익 시점. 하나증권 발표자료 캡쳐.  

한편 이번 심포지엄은 자원공학회, 에너지신산업 혁신융합대학사업단(강원대·서울대)과 자원특화대학사업단(세종대·한국해양대·한양대 )이 공동주최하고 광해광업공단, 지질자원연구원, 해외자원개발협회가 후원했다. 이날 현장에는 학계, 자원업계 및 이차전지 산업 종사자, 자원공학과 학부생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정명채 자원공학회장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에너지전환 시대를 맞아 핵심광물 확보방안, 이차전지 연구개발 동향, 재자원화 기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원공학회는 에너지와 자원공학 분야의 학문과 기술 발전에 힘쓰는 국내 최고 권위의 학술단체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파동과 1990년대 IMF 외환위기, 2000년대 세계 금융위기 및 에너지가격 급등락을 모두 겪은 국내 에너지사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다. 1962년 광업계 뜻을 모아 대한광산학회로 태동했다.

<관련기사 2022. 11. 30. 자원공학회 창립 60주년…공로자 60人 '자원인' 선정>

자원공학회 하계 특별심포지엄에서 관계자들이 파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윤창현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 네번째가 정명채 자원공학회장.
자원공학회 하계 특별심포지엄에서 관계자들이 파이팅 포즈를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윤창현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국장, 네번째가 정명채 자원공학회장.

김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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