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봉화군·태백시 산지태양광 개발사 방문
자연경관 훼손없이 버려진 땅 활용해 소득 창출
"일자리 있으면 지방 활성화 되고 인구도 재생"

해발 620m 석포신재생 관리사무실에서 바라본 태양광발전시설.
해발 620m 석포신재생 관리사무실에서 바라본 태양광발전시설.

[이투뉴스]  전세계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RE100이든, 탄소국경조정제(CBAM)든 딴 나라 얘기다. 여기에 많은 이들은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 확대에 불리한 환경이라고 말한다. 국토의 70%가 산지라는 이유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자는 방법을 찾고, 하지 않으려는 자는 핑계를 찾는다고 했다. 산지도 마찬가지다. 자연이나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도 충분히 태양광을 구축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방문한 경북 봉화군과 강원도 태백시 산지 태양광 시설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봉화군 석포면 소재 산지 태양광시설을 확인하기 위해 석포신재생주식회사를 찾았다. 주변이 온갖 산이다. 빌딩은커녕 아파트 하나 보이지 않고, 태양광도 마찬가지다. 도로 양 옆으로는 넓은 밭들이 펼쳐져 있다.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봉화군 석포신재생 초입의 가파른 길. 워낙 외진 곳이라 외부에선 태양광 설치여부조차 알 수 없다.
봉화군 석포신재생 초입의 가파른 길. 워낙 외진 곳이라 외부에선 태양광 설치여부조차 알 수 없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석포신재생은 해발 620M에 4MW규모 태양광과 사무실을 갖추고 있다. 태양광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여기저기 펜스가 둘러져 있다. 향후 태양광을 설치할 예비부지라고 한다.

석포신재생 관계자에 따르면 태양광이 설치된 부지는 과거 화전민들이 밭으로 일궈놨으나인구가 감소해 방치되고 있던 묵밭(묵혀 놓은 밭)이다. 100년 넘게 농사를 지었던 땅이어서 산사태 우려도 크지 않다고 한다. 발전량은 하루 3.9시간에서 최대 4.2시간으로 평지 대비 낮지 않다. 산사태 위험 방지를 위해 시공 과정에서 성토, 절토 작업은 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무너짐 등은 일절 없었다.   

석포신재생 이외에도 봉화군 석포면에는 묵밭을 활용해 태양광을 설치하려는 개인사업자가 늘고 있다. 묵밭 이외에도 농사를 짓고 있는 밭이나 과수원 등에 설치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큰 밭을 소유한 토지주 마저 태양광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밀집과 농업의 기계화로 산지농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봉화군 인구는 1960년대 최대 12만여명에서 올해 3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봉화군 석포면을 비롯해 강원·경북·경남의 농지는 산지형태가 많다. 산지농업은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호남 곡창지대와 다르게 트랙터를 이용하는 것도 어려워 인건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잃은지 오래다. 여기에 산간농업 종사자가 대부분 고령층이라 갈수록 줄고 있다. 묵밭이 아닌 농사를 짓고 있는 땅도 외지에서 인력을 고용해 근근히 짓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비싸 토지주는 제대로 수익을 남기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농민들은 "농사를 짓지 않고도 태양광에 투자하는 것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토로한다. 태양광이 인구소멸지역의 새로운 농사로 자리잡고 있다. 설치만 하면 노동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고령자도 가능하다. 실제로 개인 태양광발전사업의 대부분은 평생 일한 노후자금을 투자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처럼 묵밭을 활용한 산지태양광조차 아직 지자체 조례의 벽에 막혀 있다. 지자체 별로 제각각인 조례에 일부 버려진 묵밭이 방치된 채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정의주 석포신재생 관리부장은 "지자체 조례를 개정하면 봉화군에서만 1GW가 넘는 설비를 설치할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원·경북·경남의 85%는 산지다. 태양광을 설치할 땅이 아니라 의지의 부재가 문제다. 

정 부장은 “잠재부지를 태양광으로 활용한다면 우리나라도 RE100 달성이 허황된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산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이 자연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실상을 모르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외부에서 잘 눈에 띄지 않는 산속에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가 많다고 한다. 실제 이날 확인한 석포신재생 발전시설도 생태를 크게 훼손한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이튿날에는 강원도 태백시 A사를 찾았다. A사는 태백시에서만 90MW규모 태양광발전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A사 관계자와 함께 둘러본 태양광시설은 대부분이 1~3MW 규모이고 작게는 kW급도 여럿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설비가 이제 90MW나 된다. 

태백시 해발 500m에 설치된 A사 태양광발전소.
태백시 해발 500m에 설치된 A사 태양광발전소.

A사 관계자는 "90MW 규모를 설치하는 과정에는 토지 매입, 인허가 등을 포함해 4년반 정도가 걸렸다"면서 "사업 초기엔 토지 매입이 가장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토지소유자 대부분이 태백시가 아닌 수도권에 거주·생활하고 있어서다. A사가 토지를 매입해 태양광을 설치한 부지 대부분도 묵밭이다. 

이 관계자는 “흔히 산지태양광이 자연경관을 훼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방치되던 땅을 태양광(새 땅)으로 재생시킨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땅을 재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산지 태양광을 가장 많이 개발하고 있는 A사는 1년에 10MW 이상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 확대를 위해 태백시뿐 아니라 정선군, 봉화군까지도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방치되고 있는 묵밭이 많고 토지가격 또한 저렴하다는 이유에서다. 태양광을 설치한 대부분의 묵밭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지형이라는 점도 고려사항이라고 했다. 아울러 공사와 안전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모듈은 JA솔라, 인버터는 화웨이 제품을 주로 쓰고 있다. 외산이라도 설치 이후 아직 고장난 제품이 없고, 사후서비스를 확실히 보장 받을 수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호규 A사 대표는 "재생에너지가 단순한 사업성 외에도 지역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백시는 과거 광업이 성할 때 광원들의 월급날이면 동네 강아지들이 입에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을 정도로 번창했다고 한다. 지금은 폐광으로 인구가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자리를 제공하면 지방 거주인구가 1차로 늘고, 거주인구 증가로 서비스업 종사가 늘어나면 2차로 인구가 늘어 지방이 활성화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는 RE100 달성뿐 아니라 묵밭과 지방을 재생시킬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크다”고 역설했다. 

<봉화·태백=유정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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