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분산에너지법 시행…설치의무 부여, 계통영향평가 등 본격화
특화지역 지정 내년에 공모, 분산편익 보상 등 실효적 지원책 미흡

[이투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14일 본격 시행됐다. 중앙집중형에서 벗어나 지역에서의 전력 생산 및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의  대장정이 시작된 셈이다. 법시행에 따라 분산에너지 할당 및 설치가 의무화되고, 전력계통영향평가 대상지역도 지정·고시된다. 특히 전기직판이 허용되는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지정으로, 다양한 에너지신사업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분산에너지에 대한 정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40MW 전력설비, 500MW 이하 집단에너지설비, 500MW 이하 SMR로 규정했다. 다만 집단에너지 발전설비는 15km 이내인 송전선로를 통해 변전소와 연계돼야 하며, 연계 변전소의 용량이 발전설비 용량보다 커야 한다고 제한했다. 

에너지업계는 법 시행으로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기초적인 여건은 마련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된 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에너지공급시스템이 중앙에서 중앙+지방으로 다원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분산편익 보상 등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이 부족해 당분간은 별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산업부장관 특화지역 직권 지정 허용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6월 제정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후속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이 마무리됨에 따라 14일부터 법령이 시행된다고 밝혔다. 분산에너지법은 장거리 송전망 건설 등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고,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분산에너지법 시행령을 통해  정부는 일정 지역에 대해 에너지사용량 일부를 분산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하고, 대상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전기사용을 하려는 자는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분산에너지 범위를 전기사업법에 따른 40MW 이하 발전설비,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른 500MW 이하인 발전설비 및 430Gcal/h 이하인 열에너지로 정했다. 중소형 원자력 발전사업(SMR) 규모는 500MW 이하로 정했으며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재생에너지 공급 사업도 포함시켰다.

분산에너지설비 설치계획서 제출의무자는 연간 20만MWh 이상의 신축 또는 대수선하는 건축물 소유자와 사업면적 100만㎡ 이상인 택지개발사업 시행자로 정했다. 대신 지역별·연도별 분산에너지 의무설치량 산정방식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도록 하는 등 민감한 내용은 최대한 뒤로 미뤘다.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은 시·도지사가 신청해 산업부장관이 지정하는 방안과 민간기업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시도지사에 제안할 경우 심사를 거쳐 지정이 가능하다. 특히 산업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 대해선 직권으로 계획서를 만들어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운영성과에 대한 평가순위가 최근 5년간 3회 이상 하위 100분의 5 이내인 지역은 산업부장관이 지정 해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분산에너지 편익 산정기관으로는 한국에너지공단이 지정됐다. 공단은 송전손실의 절감, 대규모발전소 및 송전선로 건설비용의 절감, 환경훼손 등 사회적 비용의 절감을 고려해 편익을 산정해야 한다. 이밖에 분산에너지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금은 전력산업기반기금과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기후대응기금으로 명시했다.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 제한요소 신설
분산에너지 생산을 위한 집단에너지 발전설비 요건으로 500MW 이하 외에도 추가로 3개 단서조항을 신설했다. 구체적으로 ▶15km 이내인 송전선로를 통해 변전소와 연계될 것 ▶연계된 변전소 용량이 발전설비 용량보다 커야할 것 ▶전력계통의 신뢰도 및 전기품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추가 규정했다. 이는 발전용량이 상대적으로 크고 계통 연결이 쉽지 않은 열병합발전소에 대해선 분산에너지설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분산에너지사업자가 전기설비를 개조, 변조, 훼손 또는 조작해 배전망의 보안성 및 안정성 확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는 경우 배전망 접속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마련됐다. 또 산업부는 사업자가 제출한 전력계통영향평가서 중 개선사항이 있는 경우 사업지역의 조정 및 전력 사용시기 등 검토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다.

더불어 분산에너지특화지역 내에 발전설비를 설치한 사업자는 해당지역 안에서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시간대별 전력 공급량을 측정할 수 있는 전력량계(스마트계량기)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분산에너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산업부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을 올해 마련하고, 내년에 공모를 통해 지정할 계획이다. 또 지역별로 다른 전력 도매가격을 적용하는 ‘지역별 한계 가격제’를 우선 도입해 발전소 분산을 유도하고, 지역별 전기요금 책정 시 근거가 될 원가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푸대접 받던 분산에너지가 도약할 수 있는 법체계는 만들어졌으나 당장 이를 움직여 나갈 추진동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은 산업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실제 현장에선 특화지역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분산에너지사업이 아직 수익성을 확보할 만한 비즈니스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영향을 불러올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도 언제 시작할 지 아직 기약이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분산에너지가 제공하는 사회·경제적 편익을 어떤 방식으로 보상하고, 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다.  분산에너지에 대한 보조·융자가 기술투자 및 인력양성, 국제협력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시행령에 ▶기술사업화 ▶초기 투자비용 ▶활성화 지원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추가했으나 역시 제한적이다.

분산에너지법 제정 과정을 지켜본 한 에너지전문가는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던 분산에너지 관련 산업의 활성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래에 대해선 걱정을 털어놨다. 그는 “거대한 기득권에 밀려 아직은 갈 길이 멀다”며 “지자체와 민간이 분산에너지 보급·확대에 나설 수 있도록 실효적인 후속제도 마련 및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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