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집단에너지 사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법에 따라 건설하는 열병합발전소 건설의 경우 더욱 어려워졌다. 사업을 관할하는 부서가 아닌 전력부서와 전기위원회가 사실상 컨트롤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까지 등장했다. 산업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의 편입을 시작으로 열병합발전소 용량입찰 도입, 심사·허가 요건 대폭 강화에 나서면서부터다.

전기본이 앞장서다 보니 집단에너지공급기본계획은 어느 순간 존재이유가 사라졌다.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등 별도의 법정계획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전기본이라는 여의봉을 휘두르는 전력당국이 집단에너지까지 집어삼켰다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 국가 에너지이용효율을 높이도록 한 집단에너지 고유의 가치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석탄발전 대체라는 명목으로 열병합발전소 건설·운영 주체가 발전공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집단에너지사업자는 여기서 열만 받아 공급하는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개체로 끌어내려 졌다. 열병합발전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최적의 설비효율을 이끌어 내는 것은 갈수록 남의 나라 얘기가 되고 있다.  
누군가 나서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 수급체계를 조율하고, 전력 수요와 공급 밸런스를 맞춰 나가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열병합발전소 역시 전기를 생산하는 만큼 전력수급기본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산업부는 전기본과 집단에너지계획의 유기적인 연계·보완이 아닌 서열을 매겨 버렸다. 명확히 한쪽 손을 들어주고, 나머지는 무조건 따르도록 매듭지은 것이다.

집단에너지사업자가 열수요에 맞춰 발전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 전기용량을 키워 발전사업에 우회 진출한다는 시각이 이를 부추겼다. 또 새로 들어설 수 있는 LNG발전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열병합이 용량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견제의 시선도 덧붙여졌다. 사업자 역시 이런 평가가 나오도록 대마불사(大馬不死)에 매달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 책임이 크다. CBP(변동비반영시장) 체계에서 열병합도 시장에 나와 경쟁하도록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가 발전효율과 변동비 수준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사이즈를 키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특히 열제약운전 시 변동비 보상이 안되는 데 어느 사업자가 열수요에만 의존할 수 있겠는가?

“사이가 좋지 않았던 학생이 있다면 그들을 잘 타일러 친구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전기본이 더 중요한 만큼 서열을 정해 다른 아이들의 정체성까지 빼앗고 있다. 이럴거면 뭐하러 집단에너지사업법을 운영하나, 그냥 전기사업법으로 다 합쳐라.” 한 집단에너지사업자의 하소연이 귓가에 맴돈다.

채덕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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