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향상·분산전원 등 편익 불구 마곡·송도 등 건설반대 민원 
민원해소 사업자에만 다 떠넘겨…정부·지자체도 적극 나서야

[이투뉴스] “단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모든 열병합발전소가 건설과정에서 반대 민원에 시달렸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도심 난방과 온수 공급을 위한 필수시설이지만 님비(Not In My Backyard)에 자유로운 발전소를 찾기 어렵다. 이제 반대하는 주민을 탓하기에는 시대가 바뀌었다. 원전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지원하며, 그들을 달래는 것이 최선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갈수록 심화되는 열병합발전소 반대민원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단순 인프라를 넘어 지역난방 및 산업체 열 공급을 위해 필요한 만큼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닌 소통과 보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명확한 팩트체크 필요성도 주문했다. 열병합의 대체방식인 개별보일러 또는 열전용보일러(PLB)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의 총량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시는 서울에너지공사가 추진하는 마곡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직접투자가 아닌 외부자본 유치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건설비 증가로 인해 사업성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발전소 건설반대 및 이전을 요구하는 강서구 주민의 요구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의견이다.

시는 열병합발전소 건설 자체는 반드시 요구되는 만큼 열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은 사업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더 꼬일 가능성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일부에선 일이 자꾸 시끄러워지니 아예 외부에 사업을 넘기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 송도신도시 열수요 급증으로 인해 열병합발전소 증설을 추진하는 인천종합에너지도 거세진 반대 민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파트단지 증가 및 바이오클러스터 확장에 따른 열 공급능력 확대를 위해선 500MW급 발전소 건설이 요구되나 민원으로 시간만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든 인천이든 주민들은 모두 열병합발전소 반대에 대해 대기오염물질 다량 배출로 인한 건강피해 우려를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특히 발전소가 저감시설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가동 초기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사례를 들며 발암물질까지 들먹인다. 또 지역에 따라 “왜 우리 동네에만 기피시설이 계속 들어서야 하나”고 비난한다. 이 과정에서 열병합발전소를 소각장이나 하수처리장과 같은 선상에 놓기도 한다.

주민들의 주장이 모두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다. 집 근처에 들어서는 기피시설을 싫어하는 것을 ‘님비현상’으로만 폄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력자립도가 높은 지역은 충분히 반대할 수 있는 사안이다. 법을 들먹이며 밀어붙이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가능한 이격거리를 최대로 넓히고, 법보다 강력한 저감시설 운영을 약속하면서 설득할 수밖에 없다.

송도신도시 주민단체 대표들이 송도 열병합발전소 증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송도시민총연합회)
송도신도시 주민단체 대표들이 송도 열병합발전소 증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송도시민총연합회)

 

◆충분한 소통과 설득, 제대로 된 보상책 필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열병합을 포함한 발전소 모두 이러한 과정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건설을 완료하고 가동 중이지만, 수십개의 반대 현수막이 걸리는 등 어려운 시절을 거쳤다. 편법을 모색하거나 주민 몰래 지은 발전소는 한 곳도 없다. 충분한 소통과 설득, 보상이라는 정공법으로 헤쳐왔을 뿐이다.

다만 주민들 역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한 걸음 더 들어가 필요성과 실익을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저감, 분산에너지 확대라는 측면에서 효용성이 크다. 사업자 주장이 아닌 정부가 이를 확인하고, 법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대체가 불가능한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상대적이다. 가정마다 개별보일러를 설치하거나 대형 보일러를 가동하는 것보다 환경친화적이라는 의미다. 아예 없는 것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늘어나고, 소음·분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난방과 온수 공급 없이는 누구든 살 수 없다.

최근 유럽과 미국은 건물·주택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개별보일러 설치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고효율·친환경 에너지 공급방식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까지는 열병합발전소가 가장 비용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와 지자체 대응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민원해소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사업장에 있는 것도 맞지만, 이를 모두 떠넘기고 뒷짐지고 있을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의견에 반해서 생기는 열병합발전소는 없다. 모두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한 가운데 후속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국가 기반시설이자 주민 필수시설인 에너지공급설비 설치를 방관해서는 제대로 된 정부가 아니다.

주민보상도 여러 측면에서 개선돼야 한다. 주민이 별로 없는 해안가에 건설되는 원전이나 석탄에 비해 열병합발전소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선 지역일지라도 발전용량에 따라 일률적이라는 점이 원인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집단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반대민원을 해소하는 첩경은 없다고 생각한다.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다 바꾸겠다. 다만 주민께서도 사업자를 무조건 배척하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주민들이 사업자 얘기보다는 정부와 지자체를 더 신뢰하는 만큼 함께 함께 나서 설득해주길 희망한다. 도심에 들어서는 열병합에 대해선 주민 지원을 더 늘리는 것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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