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중장기 감축목표 담은 탄소중립법 제8조1항 위헌 결정
​​​​​​​2030년까지만 온실가스 감축계획 세우는 등 미래세대에 부담 이전

[이투뉴스] 203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정량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웠지만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헌법재판소는 29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1항에 대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아울러 해당 법률조항은 2026년 2월 28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2001년 2월부터 2006년 11월 사이 태어난 청소년 환경단체 회원들은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함에 있어 청구인(미래세대)들의 생명권, 환경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더불어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탄소중립기본법 제18조1항)’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위반하고,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과잉 침해하며 차별적으로 취급한다며 심판대상에 추가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18조1항은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한다”는 규정이다. 이후 대통령령에서 감축비율을 40%로 규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제도적 실효성에 중점을 두고 심리한 결과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1항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에 관해 그 정량적 수준을 어떤 형태로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1항 및 시행령 제3조1항(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이란 40퍼센트를 말한다)에서 설정한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표현이 어렵지만 결국 2030년까지 중장기 감축목표 40%로 정한 것 자체는 문제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설정하지 않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를 문제삼았다.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관해선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온실가스 감축목표 재설정 주기나 범위 등 관련 법령체계를 보더라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감축목표 설정은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의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으로, 기후위기라는 위험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정할 때 단기적인 정부의 상황 인식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적극성 및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헌재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제3조제1항(중장기 감축목표 40%)을 비롯해 정부가 2023년 4월 수립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 ‘중장기·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기각했다. 5명의 재판관이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에 대해 위헌의견을 냈으나, 정족수에 1명이 부족했다.

2030년까지 40%로 정한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부문별 및 연도별 감축목표의 배출량을 ‘순배출량’으로 통일할 경우 실제 감축목표가 40%에 다소 못 미친다 하더라도 국가가 환경권의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다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법령 및 행정계획에 대해 주요 기본권이 ‘환경권’임을 확인하고, 그 침해 여부를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 등을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의 구체적인 목표치가 전 지구적인 감축 노력의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하는지와 감축목표 설정체계가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도 의미가 크다. 헌재는 이밖에도 “온실가스 감축이 실효적으로 담보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화되어 있는지 등을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향후 정부가 마련해야 하는 205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국제기준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미래세대에게 과중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연도별 실효적이고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도록 주문한 셈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존중하며,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채덕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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