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2050년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해놓고도 2030년 이후에는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정해지지 않은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말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기본법은 2030년까지 감축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2049년의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량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국민의 환경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시하고 2026년 2월28일까지 탄소중립 관련 중장기 계획을 보강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앞서 2001년 2월부터 2006년 11월 사이에 태어난 청소년 환경단체 회원들은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면서 미래세대의 생명권과 환경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 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의 이같은 판결은 유럽, 캐나다, 독일 등에서 기후와 관련해 유사한 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지만 아시아에서 관련선고가 나온 것은 처음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헌법재판소는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제도적 실효성에 중점을 두고 심리한 결과 탄소중립기본법 제 8조 1항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감축목표에 관해 어떤 형태로도 숫자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아울러 온실가스 감축목표 재설정 주기나 범위 등 관련 법령체계를 보더라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수 있는 장치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의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으로 기후위기라는 위험에 상응하는 보조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정할 때 단기적인 정부의 상황 인식에만 의존하는 구조로서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적극성 및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는 법령 및 행정계획에 대해 주요 기본권이 환경권임을 확인하고 침해여부를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에 관한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 등을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욱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치가 전 지구적인 감축노력의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해야 할 몫에 부합하는지와 감축목표 설정체계가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헌재는 이와 관련해 온실가스 감축이 실효적으로 담보될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화되어 있는지 등을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적시했디.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존중하고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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