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폐수·가축분뇨로 에너지 생산하는 비이에프(BeF) /日 최대 음폐수 530톤·가축분뇨 420톤 소화 / 바이오가스 직접 판매하거나 발전연료화 매전/"RE100이든 PPA든 안정적 공급 자신, 그린메탄올도 검토"

충남 아산시 신창면 환경공원로 소재 비이에프주식회사(BeF) 아산사업장 전경 ⓒ비이에프
충남 아산시 신창면 환경공원로 소재 비이에프주식회사(BeF) 아산사업장 전경 ⓒ비이에프

[이투뉴스] “사람과 가축이 먹고 남긴 것을 모두 재활용해 전기, 가스, 퇴비를 만들고 폐열은 시(市)가 짓고 주민이 운영하는 스마트팜으로 보냅니다. 단순 폐수처리업체가 아니라 완전한 자원순환을 실현하는 WtE(Waste to Energy, 폐기물에너지화) 기업입니다.”

지난 4일 충남 아산시 신창면 비이에프주식회사(BeF). 플랜트가 내려다보이는 사무동 옥상에서 이재승 대표가 폐기물 에너지화 시설을 가리키며 말했다. 백색 구형(球形)의 혐기성 소화조 돔이 이슬람 사원을 닮았다. 음식물 찌꺼기 폐수(음폐수)와 가축분뇨를 미생물로 분해할 때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채우는 공간이다. 

비이에프 아산사업장은 하루 최대 음폐수 530톤, 가축분뇨 420톤을 소화할 수 있는 단일기준 국내 최대 환경·에너지 시설이다. 도시 필수시설인 폐기물 소각장과 하수처리장(물환경센터)이 주변에 몰려있다. 사람으로 치면 대사물과 노폐물을 처리해 배출하는 신장과 대장기능을 수행한다. 바이오에너지팜아산이 이 회사의 전신이다.

2021년 8월 VIG파트너스가 사모투자펀드(PEF)로 경영권을 확보했고, 작년 7월 에너지 전문가인 이재승 대표를 CEO로 영입하면서 이 분야 최고 WtE기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40여명의 임직원과 물류자회사인 BeF로지틱스를 거느리고 있다. 올해 목표매출은 약 200억원이다. 2022년의 갑절 수준이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엔 음폐수가 넘칠 정도로 공정별 최적화가 안 돼 있었다. 기계설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수처리 전문가들만으론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외부 시장의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1년간 물류와 발전 등 모든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는데 공을 들였고, 본격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승 비이에프 대표가 아산 플랜트 주요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이재승 비이에프 대표가 아산 플랜트 주요설비를 설명하고 있다.

“사람과 가축이 먹고 남긴 것 모두 자원화”
이 대표와 반입현장부터 둘러봤다. 아산지역 축산농가를 다녀온 트럭이 꽁무니를 들이대고 한참 돈분(豚糞)을 수조에 쏟아넣고 있다. 최근 하루 반입량은 40여대 안팎. 음폐수의 경우 음식 내 수분 함량이 높은 하절기 발생량이 가장 많고, 동절기에는 양이 절반 이하로 줄어 저장조로 수급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달 기준 반입수수료는 톤당 음폐수는 6만4000원, 가축분뇨는 3만7000원이다. 

반입지역은 축분은 방역을 위해 평택이나 예산 등 근교로 가급적 제한하고 있고, 음폐수는 경기남부 화성과 천안, 세종,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으로 좀 더 넓게 수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임 이후 음폐수 트럭 3대와 축분트럭 2대를 보유한 물류회사를 설립해 인근지역 1차 원물업체 물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맥락에서 하루 30톤 규모 아산시 관내 원물업체 인수합병도 추진 중이다. 물류업체가 관련 정보를 독점해 발생하는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고 다른 물류회사에도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비이에프는 수처리업체가 아니라 자원재활용 업체다. 원료와 물류가 원활해야 밸류체인 완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반입된 음폐수와 가축분뇨가 에너지가 되느냐, 비료가 되느냐의 운명은 대형 소화조 안에서 갈린다. 보통 한 달 가량 소화조 안에 체류하면서 분해 및 가스화 과정을 거친다. 이때 메탄은 바이오가스로, 건더기에 해당하는 하부 잔유물은 비료가 된다. 바이오가스는 황과 습기, CO₂를 제거한 뒤 LPG를 4~5% 섞어 도시가스사에 판매하거나 가스엔진 발전기 연료로 쓴다. 올초부터 380kW 발전기 3기와 420kW 2대를 가동해 SMP와 REC 판매수익을 올리고 있다.

남들이 꺼리는 폐기물을 환경친화적으로 처리해 오염부하를 낮추는 서비스로 한 차례, 처리 공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전력을 생산해 또 한차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이런 환경·에너지사업만의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남는 소화조 내 고체는 원심분리로 물을 제거한 뒤 퇴비로 만들어 지역농가에 무상 배포하고 있다. 

비이에프가 아산사업장에서 올초부터 가동을 시작한 가스엔진 발전기. 5기 2MW규모로 SMP와 REC 수익을 올리고 있다.
비이에프가 아산사업장에서 올초부터 가동을 시작한 가스엔진 발전기. 5기 2MW규모로 SMP와 REC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류회사와 원물업자 인수 물량 안정 조달
2MW 가스엔진 발전기로 매전수익도 올려

유기성 폐기물을 다루는 사업 특성상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도 적잖다. 일단 반입한 폐수나 분뇨는 악취예방을 위해 처리수나 퇴비로 최종 배출될 때까지 외부환경과 최대한 격리해야 한다. 취약지점의 공기를 빨아들여 3단계로 약품처리할 정도로 까다롭게 악취를 관리한다. 최종 폐수처리 수질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비이에프 아산사업장 부지는 산단이 아닌 개발제한구역이자 농업진흥구역에 입지해 총인배출기준을 산단보다 3배 이상 까다롭게 적용받고 있다. 기존 수처리 공정에 더해 멤브레인(RO)과 나노필터까지 추가 적용한 이유다. 다단계 공정을 거친 처리수는 인근 아산시 관할 맑은물센터로 보내져 다시 한번 정화과정을 거친다. 

중앙제어실에서 비이에프(BeF) 직원들이 주요공정 운영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중앙제어실에서 비이에프(BeF) 직원들이 주요공정 운영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1년 만에 기업을 안정궤도를 올려놓고 에너지 겸업업체로 위상을 높인 이 대표의 올해 목표는 다음 먹거리인 그린메탄올과 바이오가스 의무화 대응이다. 유럽발 선박연료 규제에 대응해 롯데케미칼과 협약을 맺고 메탄을 활용한 그린메탄올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평택과 당진, 서산항 등이 1시간 이내 거리라 지리적 잇점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재승 대표는 "RE100으로 가든, PPA로 가든 24시간 친환경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자신이 있다"며 "변경한 사명 BeF는 '바이오가스(Biogas) 분야 No.1 기업'이란 의미와 '친구같은 최고의 에너지회사(Best energy Friend)'란 뜻이 담겨있다. WtE와 신재생분야 리딩컴퍼니로 회사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매립지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 앞으로 환경부 바이오가스 촉진법이 시행되면 지자체들에게도 일종의 의무량이 주어질텐데, 갑자기 만족할만한 시설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정부도 친환경사업의 경우 입지 등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산=이상복 기자 [email protected]>

최종 부산물인 고체 케이크는 비료로 가공해 지역 농가에 무상 제공한다.
최종 부산물인 고체 케이크는 비료로 가공해 지역 농가에 무상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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