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국 대표들 "화석연료 보조에 수십억달러 내면서" 볼멘소리

[이투뉴스] 유엔 기후정상회의(COP29) 개최를 5개월여 앞두고 새 글로벌 기후자금을 누가 얼마내 낼지에 대해 경제부국들이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오는 11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COP29 기후회담에서 200여개국 대표는 기후변화 취약국을 돕기 위한 새 연간자금 조달 목표에 합의해야 한다.

새 목표는 2020년부터 경제 부국들이 기후 금융 분야에 지원하기로 한 연간 1000억 달러 약속을 대체하게 된다. 

최근 독일 본에서 열린 예비 회담에서 이 자금을 누가 얼만큼을 지불해야 할지를 둘러싸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들이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고 <로이터>가 13일 보도했다. 

기후변화 취약국 협상 대표들은 선진국이 군사 자금이나 화석연료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면서 이 자금 지불은 뭉개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 자금 조달 목표는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수송 등 지구온난화 배출을 줄이는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 기후 회담이 진행할 수 있는 핵심 도구다.

세계 국가들이 내년 기후 목표를 갱신할 예정인 가운데 협상가들은  목표 달성 실패가 노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아공의 페미 가셀라 기후협상 대표는 재정적 지원 없이는 석탄소비를 청정에너지로 대체할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목표치를 너무 높게 설정해 달성하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00억 달러 목표는 최근 유엔 기후회담에서 실패의 상징이 됐다. 개발도상국들은 세계 경제 강국들이 지불을 포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국가간 불신을 촉발시켰다. 

예비 회담에서 각국은 1000억 달러가 너무 적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지난 2월 유엔 기후 대표가 필요하다고 말한 연간 2조 4000억 달러에 대한 합의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1000억 달러가 넘어야 한다는데 동의했으나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7개국으로 이루어진 EU는 기후 자금의 가장 큰 제공국이다. 

일부 협상 대표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을 탈퇴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협상가들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의 기후 금융 지불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를 포함한 아랍 국가들은 기후 변화가 악화되면서 경제 빈국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전체 자금 조달 규모가 연간 1조 달러를 초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작은 섬나라들은 부채 부담을 낮추고 기후 자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이율이 1% 이상인 대출을 막는 등 엄격한 규제안을 요구했다.

자금을 누가 기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각국의 이견이 팽팽했다. 현재 UN 기후 재정에 기여해야 할 의무는 약 20여개 장기 산업화 국가들에게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보다 작았던 1992년 UN기후 회담에서 결정됐다. 

EU는 현재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자 제2 경제대국인 중국과 1인당 재산이 많은 중동 국가들이 새 목표를 위해 기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공여국에 더 많은 나라들을 추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영리 천연자원국방위원회의 조 트웨이츠는 "어느 나라도 누가 돈을 내야 하는지 타협하지 않았다"며 "협상이 어려웠고 상황이 더디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조민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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