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전력수요 최대 50% 증가, 에너지안보 고려
주민 수용성, 지진 위험, 고비용, 개발기간 등이 과제

[이투뉴스] 일본 정부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이유로 내년 이뤄지는 '2040 에너지 계획'에서 원자력발전 확대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순제로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량을 낮추면서 화석연료 발전비율을 70%까지 높였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2년 석탄 및 가스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을 겪으면서 태양광 풍력과 함께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우드 맥킨지>의 알렉스 휘트워스 부사장은 “주안점이 탄소배출 저감에서 에너지 안보로 옮겨갔다. 에너지 안보는 항상 중요한 문제였으나 지금은 더 그렇다.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부족과 가격상승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LNG 수입국이자 석탄 수입국인 일본이 원자력발전 확대조짐을 보임에 따라 호주와 카타르, 미국, 인도네시아 등 화석연료 수출국들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의 에너지믹스 정책은 3년에 한번씩 개정되고 있으며 지난달 2040 에너지계획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2022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원자력 발전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이후 첫 개정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국제대학의 기카와 다케오 총장은 “이 정책을 논의하는 패널의 압도적 다수가 친원전 성향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정책에 신규 원자로 건설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의 에너지믹스에서 2030년 원자력발전비중 목표치는 20~22%이며, 2040년까지 이 비율이 어떻게 조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에너지 공급 차질과 전력가 상승 위험이 높아지면서 일본의 에너지 산업계는 원자력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내 최대 원전 운영사인 간사이전력은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를 위해 원자력 사용을 극대화하고, 증가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자로 교체와 신규 원전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이 에너지 계획에 포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제조공장과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2050년까지 전력 생산량을 최대 50%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학계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전 건설에 대한 규제 장벽과 대중의 반대, 고비용, 지진 위험, 오랜 개발기간 등으로 원전으로 전력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카와 총장은 지역주민의 저항과 규제 당국의 기존 원자로 재가동 승인이 늦어지면서 2030년 원자력발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30년 원전 비율이 15%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과거 원전 건설에 수 십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2050년까지 신규 원전을 추가하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휘트워스 우드맥킨지 부사장 역시 2030년까지 석탄과 LNG 화력발전 비율을 39%로 줄인다는 정부목표와 달리 화력발전이 전력공급 공백을 메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자력발전은 정부의 권한 밖의 영역인 주민 동의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목표달성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며 “따라서 석탄과 가스가 우위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에너지 정책을 수정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5년 이후로 설정하고, 내년초까지 2040년 탈탄소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함과 동시에 화석연료 발전량을 줄여야 배출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비용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최근 보도했다.

다카무라 유카리 도쿄대 미래연구소 교수는 “지난 2년간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일본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에너지정책위원회 위원인 다카무라 교수는 일본이 석탄화력발전소들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촉진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아울러 탈탄소화 기업들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민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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