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硏, 음극재로 활용 가능한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 개발
​​​​​​​영하 20도 환경에서도 흑연 대비 5배 높은 방전용량 달성 확인

[이투뉴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영하 20도의 혹한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이차전지용 금속-유기 하이브리드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 상온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기존 이차전지의 단점을 극복해 전기차, 드론, 초소형 전자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리튬 이차전지의 음극을 구성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는 흑연이다. 열역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다. 하지만 흑연 음극으로 구성된 이차전지는 온도가 낮아지면 저장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며,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덴드라이트를 형성해 열폭주와 폭발이 일으킨다는 단점이 있다.

덴드라이트는 리튬 일부가 음극재에 저장되지 않고 음극 표면에 나뭇가지처럼 길쭉하게 쌓이는 현상이다. 크게 자라면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을 뚫고 양극에 도달해 폭발을 일으키는 쇼트가 발생한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된 음극제를 실험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진이 개발된 음극제를 실험하고 있다.

 

유정준·김현욱·임강훈 박사 등 에너지연 연구팀은 티안트렌 기반의 유기 리간드와 니켈 금속이온을 조합해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인 ‘SKIER-5’를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이차전지 음극재는 영하의 환경에서 흑연보다 5배 높은 방전용량을 보여줬다.

SKIER-5를 적용한 음극의 방전용량은 상온에서 흑연 전극(375mAh/g)보다 높았으며(440mAh/g), 1600번의 충·방전 후에도 1.5배 가량 증가(600mAh/g)했다. 일반적으로 충·방전을 반복할수록 방전용량이 줄어드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연구진은 포항가속기연구소의 X-선 구조 분석을 통해 이온의 산화·환원 반응이 용량 증가를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탄소로 구성된 흑연과 달리 니켈이온과 헤테로 원소(질소, 인 등)를 포함한 유기 구조체는 리튬 이온과 상호작용해 전자가 이동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더 많은 전자를 품게 됨에 따라 방전용량이 증가하는 원리다.

특히 SKIER-5는 영하 20도의 환경에서도 흑연에 비해 5배 높은 방전용량(150mAh/g)을 나타냈다. 흑연보다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 최소치가 낮아 전반적인 반응이 위축되는 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티안트렌과 니켈 이온의 산화반응으로 개발된 SKIER-5(왼쪽부터 티안트렌, 니켈, SKIER-5).
티안트렌과 니켈 이온의 산화반응으로 개발된 SKIER-5(왼쪽부터 티안트렌, 니켈, SKIER-5).

금속-유기 구조체의 동작원리는 양자화학을 이용해 예측값을 도출하는 ‘제일원리 계산’으로 검증했다. 전지의 충·방전 반응 매커니즘을 알기 위해선 리튬이온이 삽입되는 위치에 따른 전자 구조의 변화를 알아야한다. 하지만 실험적인 방법으로 변화를 관측할 수 없어 계산 과학이 활용된다.

에너지연 연구진은 계산을 통해 X-선 구조 분석과 일치하는 SKIER-5의 격자 구조를 찾고, 리튬의 흡착 위치를 예측해 최대 용량과 전압을 계산했다. 그 결과 예측값이 실험에서 도출된 결과와 맞는 것을 확인하고, SKIER-5가 전극소재로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연구를 주도한 유정준·김현욱·임강훈 박사는 “SKIER-5는 전지 산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원천 소재로, 흑연보다 저온 환경에서 안정적 구동이 가능해 특수 목적의 전지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혹한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해 온도 변화가 급격한 환경에서 자동차, ESS, 정보통신기기 등에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부 글로벌프론티어사업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지원을 받았으며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저널 오브 머티리얼즈 케미스트리 에이’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채덕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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