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영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전력산업연구회 세미나서 지적
분산에너지 특별법으로 수요-비수도권, 공급-수도권 유도해야

(왼쪽부터) 전우영 전남대 교수, 박종배 건국대 교수, 김지효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팀장, 손양훈 인천대 교수,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 심원보 전력거래소 본부장, 조헌혁 LG CNS 단장,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장이 'AI발 전력수요 폭증의 시대 전력산업 준비되었나'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우영 전남대 교수, 박종배 건국대 교수, 김지효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팀장, 손양훈 인천대 교수,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 심원보 전력거래소 본부장, 조헌혁 LG CNS 단장, 조성봉 전력산업연구회장이 'AI발 전력수요 폭증의 시대 전력산업 준비되었나'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이투뉴스] 원전과 태양광·풍력의 90% 이상이 비수도권에 건설돼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주요수요처인 수도권으로 보내려면 2036년까지 전력망 보강에 100조원 이상이 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우영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력산업연구회(회장 조성봉)가 'AI발(發) 전력수요 폭증의 시대, 전력산업 준비되었나'를 주제로 3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 'AI 혁명과 전력수요 전망'이란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 교수에 따르면 국내 에너지 수요는 2018년 2억3400만TOE에서 2050년 2억2300만TOE로 약 5% 감소할 전망이다.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같은기간 화석연료 비중도 89%에서 약 15% 수준으로 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전기화로 최종에너지 수요에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3%에서 2050년 45.1%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력수요는 전기화와 AI 영향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8년 목표수요보다 최대 31% 늘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정부는 11차 전기본에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원전과 재생에너지, 수소 등 이른바 무탄소 전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무탄소 비중을 지난해 40%에서 2038년 7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설비용량 기준으로 원전은 1.4배, 태양광과 풍력은 3.8배 증가해야 한다. 그러나 전 교수는 전력 공급지와 수요지의 지리적 불일치로 막대한 계통 보강비용이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은 망보강 비용을 56조5000억원, 10차 전력계획은 ESS 보강비용을 약 48조원으로 각각 추정했는데, 송전망과 ESS는 대체제여서 망혼잡이 경감되므로 통합 계통비용은 2036년까지 100조원 이상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 

그는 "현재와 같이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고 수요-공급 불일치가 계속될 경우 2038년에는 호남·영남 지역의 잉여 무탄소용량이 계통 수용한계를 초과할 것"이라며 "분산에너지 특별법의 계통영향평가와 지역별 전기요금 등 경제적 유인정책을 통해 수요를 비수도권으로, 공급은 수도권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전력수요 폭증이 전력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AI 등 미래 혁신산업이 성장하려면 안정적· 경제적·환경적(저탄소)으로 전력이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수요과 공급 불일치 및 인버터 발전원 증가로 전력망과 계통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 제정을 서두르고, 올해 6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활용해 수요를 적극 분산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가 절실한 RE100기업에 대해서는 직접 PPA 활성화를, 기타 저탄소가 필요한 수출기업에게는 원전을 포함한 CFE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지효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혁명과 이를 뒷받침하는 후방 반도체 산업 변화까지 고려하면 글로벌 전력수요가 2023년 IEA의 NZE(Net Zero Emission) 시나리오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발표된 11차 전기본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산업 성장이 전력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합리적으로 반영하였다는 데에는 의의가 있으나, AI 데이터센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기집약적 산업의 성장 영향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 수집과 분석 모형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팀장은 "첨단산업 육성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특화단지 전력공급 계획에는 동의하지만, 무탄소에너지 활용 비용의 인상 및 전력설비 일정 지연 리스크 해소를 위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원청기업으로부터 무탄소에너지 활용 요구에 지속 노출되고 있고, 신규 NDC와 4차 배출권거래제 등 기후정책으로 탄소감축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면서 국가전력기간망 특별법 입법으로 적기에 전력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은 "전력당국이 추진하는 발전원별 장기계획은 지속가능성과 실현가능성에 있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손 부사장은 "원전 확대정책이 다음 정권까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급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데이터산업 육성을 위해 동해안에 1GW가 넘는 대규모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현보 전력거래소 본부장은 "미래에도 현재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품질을 유지하려면 송전망과 발전설비의 적기 투자와 더불어 시장제도와 기술적 규제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이 적기에 건설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제 개선이 시급하며, 시장제도 측면에서는 시장원리로 무탄소 발전용량을 확보하고 지역별 또는 모선별 전력시장 가격제 및 가격입찰제, 도매가격의 소매요금 연계 등으로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전력계통 규정 제·개정과 신뢰도 유지여부 감시 등을 위해 기술적 상설 규제기구를 전기위원회 산하에 두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조헌혁 LG CNS 단장은 고밀도 메모리 칩을 사용하는 AI 사업 발전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MW급 전력공급을 요구하는 등 국가의 전력공급 환경이 4차 산업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팩터가 되고 있다면서 "열악한 상황이 지속되면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에 4차 산업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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