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평한 경쟁의 장에서 사업 운영하고 않아" 불만
FT, 독일·네덜란드서 태양광이 정원울타리로 사용돼

[이투뉴스]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앞세운 중국산 태양광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미국의 한 태양광기업이 14억 달러(한화 약 1조9000억원)규모의  공정건설 계획을 접는 등 중국산 태양광에 대한 경계심이 강화되고 있다.

태양광 모듈 부품 제조사인 큐빅PV는 1년 전 14억 달러 규모 공장을 짓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었다. 메사추세츠 주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신설 공장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미국 청정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장기적 산업 지원 정책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었다. 큐빅PV사는 약 1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텍사스주에 공장 부지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모듈이 밀려들면서 이 사업은 물거품이 됐다. 지난 2월 큐빅PV는 "저가 중국산 제품 때문에 더 이상 재정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공장 건설 계획을 취소한다"고 공표했다. 미국에서 웨이퍼 제조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관련 부품 가격이 70%나 하락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미국 태양광 산업계와 바이든 행정부 내부에서는 산업 육성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행정부 관계자들은 값싼 중국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미국을 경쟁적으로 불리하게 만들고 있으며, 청정에너지 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산업 전략이 공급망을 왜곡해 미국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물론 중국은 그러한 우려를 일축하는 반응을 보였다.

옐런 장관과 리창 중국 총리의 회담 이후 리창 총리 측은 “중국의 새로운 에너지 산업의 발전이 세계 녹색과 저탄소 전환에 핵심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은행(WB)의 최근 회의에서는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옐런 장관은 최근 재무부에서 열린 중국측 관리들과의 회담에 앞서 “중국은 공평한 경쟁의 장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세계가 흡수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녹색에너지 제품을 생산해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용량 과잉을 우려하는 청정에너지 제품 분야에서 전 세계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이)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등 여러 분야의 주요 공급원이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 미국은 태양광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세제혜택과 연방정부 융자를 지원했다. 그러나 중국이 자체적으로 태양광 부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폭락했고 솔린드라 등 신생기업들이 파산신청을 냈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강력한 정부 투자에 힘입어 세계 최대 태양광 부품 및 모듈 제조국으로 부상했다. 미국이 태양광 모듈과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청정에너지 산업에 투입하는 막대한 세금을 감안할 때 현재 직면한 위험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3배 높일 것을 요구했으며, 미국 통상대표부는 중국의 조선업 관행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겠다고 밝혔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가운데 특히 태양광 관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지난 수년간 논의해 왔다. 2022년 미 행정부는 태양광 관세 집행을 일단 2년 연기했다.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는 양당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관세 부과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관세는 오는 6월 다시 부과될 예정이다.

양면 태양광 모듈이 기존 수입 관세를 피할 수 있도록 해 준 면제 조치도 조만간 수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번영하는 미국을 위한 연합>의 닉 이아코벨라 부연합장은 "미국 태양광 산업의 고전에 대해 백악관이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년간 계속된 태양광 관세 유예는 태양광 산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미국의 태양광 모듈 수입은 지난 2년간 82% 급증했으며 대부분 선적은 중국 제조업체로부터 이뤄졌다. 그 기간 태양광 모듈 가격은 약 50% 하락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와 보조금은 10년간 6000억~1조20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지원금을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일부 세액공제 규정은 너무 느슨해 태양광 업체들이 수입산 부품으로 모듈을 조립해도 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큐셀의 대니 오브라이언 사장은 "미국에서 태양광 모듈을 제조하는 것은 에너지 독립성과 공급망 복원력, 탈탄소화 목표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국가의 보조금을 받는 수입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의 성공을 가능하게 할 산업 및 무역 정책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견제는 유럽에서도 커지고 있다. 이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의 태양광 제조업체들에게 국가 보조금이 부당한 이익을 주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한 조차를 시작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태양광 모듈이 너무 저렴해져 정원 울타리를 짓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럽연합 대부분 국가들이 유럽내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들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할 예정이지만 국가간 분쟁 문제의 소지가 될 값싼 중국산 패널 수입에 대한 제한은 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은 기록적인 속도로 신규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국산으로 채우고 있다. 경쟁에서 밀린 유럽 모듈 제조사들 가운데 일부는 생산량을 줄이거나 미국으로 투자를 전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와 EU 23개국 대표들은 지난달 22일 ‘유럽 태양광 헌장’에 서명했다. EU 각국 정부는 유럽 태양광 제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EU 자금과 국가적 지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헌장 초안에는 유럽 제조업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더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각국 정부는 현지 제조업체들을 돕기 위해 재생에너지 경매에 사이버 보안과 지속가능성 요건 등의 기준을 추가하고, EU 규정을 신속하게 적용해 제조시설 허가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투자은행과 협력해 사업을 지원하고, EU내 국경을 넘어 유럽 태양광 제조사업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무역 관세나 태양광 모듈 수입 제한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 태양광 모듈 제조사들은 앞서 EU에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무역 규제를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EU집행위원회와 독일 정부는 중국산 공급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가 유럽의 빠른 청정에너지 확대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유럽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과 부품의 대부분은 중국산이며 이 가운데 일부는 중국산 비율이 95%에 달한다. 벨기에 대통령실에 따르면 2023년 EU내 전력의 27%가 태양광과 풍력으로 공급됐다.

같은 기간 태양광 모듈만 56GW가 설치됐으나 용량의 97%가 중국산 모듈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EU는 유럽의 청정기술 제조사들이 해외 공급업체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중국의 개별 보조금 사례를 조사하면서 보다 표적화된 조치를 취해왔다.

한편 이같은 중국의 파상공세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가뜩이나 정부가 태양광 보급정책을 크게 위축시켜  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중국산 가격 및 물량공세로 국내 제조사들의 경영난은 심화되고 있다. 

조민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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