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3개월 앞두고 차동형 이사장 직격인터뷰
비(非)석유 출신 직언…"전문성 있지만 검사업무에 국한"
수소·바이오연료로 사업 키운 이유…"내 점수는 81점"

[이투뉴스] 집무실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이 흘러 나온다. 미국 유학 시절 클래식을 처음 접했다 했다. 그때부터 음악에 빠져 LP판을 모았다. 수없이 처분했는데 아직 남은 400여장. 아직도 생각이 많아질 때면 집에서 턴테이블을 켠다며 웃었다. 책상에는 <2050 수소에너지>, <수소경제, 수소가답이다> 서적이 놓여 있다. 최근 수소 업무를 시작한 만큼 아이디어를 얻는 위해 읽는다고 했다. 

지난달말 판교 석유관리원 본사에서 차동형 이사장<62·사진>을 만났다. 임기를 세달여 앞둔 시점이다. 산업부 관료 출신으로 2021년 7월 부임했다. 산업부 수출입과장,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신산업정책관, 산업기술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석유분야 담당은 처음이다. 집무실에서 가짜석유와 석유관리원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차동형 이사장이 석유관리원 지난 3년을 돌아보고 있다.
차동형 이사장이 석유관리원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외부출신이라 문제의식 가져

가짜석유검사, 대면에서 디지털화로 

차 이사장은 "부임 이후 6개월 가량은 보고를 받으며 업계 전반에 대해 익혔다. 생소한 게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취임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새 관점에서 가짜석유 사안을 바라봤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간 석유관리원 업무를 '관행적'이라고 평가하면서 여기서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이사장은 "석유관리원 주 업무가 석유품질검사, 유통관리다 보니 일년에 몇회라든지, 현장에 몇번 나가야 한다든지 등 이러한 방법론이 대부분이었다"며 "보다 효율적인 검사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검사 횟수만을 고집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석유관리원이 검사해야 하는 수검업체(주유소 등)는 전국 1만3800여곳이 넘는다. <관련기사 2023. 01. 02. [현장] 단 10분이면 내 차속 기름 가짜여부 판명>

검사 업무의 디지털화를 추진한 배경이다. 코로나 시기가 겹친 것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불법석유유통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석유사업자 위험도를 사전에 판가름하고 있다.

사전조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는 "우리는 주유소 수급보고, 이력, 적발사례 등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불법을 저지르는 위험군을 미리 파악, 검사횟수를 조절하고 있다. 불안한 주유소를 더 많이 찾아간다는 얘기"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대구 세녹스 사건도 그렇고 물동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짜석유 유통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현재는 지역별 편차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소는 부임 초기부터 강조한 사업

임기말에야 시작해 아쉬워

임기 내 가장 큰 성과로는 사업영역 확대를 꼽았다. 석유제품으로 국한돼 있던 석유관리원 시선을 수소와 석유대체연료(바이오연료)로 넓혔다. 

석유관리원은 올 1월 수소경제 및 수소 안전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소유통전담기관'으로 지정, 지난달 15일부터 관련 업무를 시작했다. 수소유통정보시스템 운영권도 가스공사로부터 넘겨받았다. 

특히 수소 분야는 차 이사장이 취임 당시부터 강력하게 밀어붙인 사업이다. 그는 "비단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외부로부터 석유관리원 미래에 대한 컨설팅을 받았는데, 거기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수소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야 할 시점이다. 언젠가 석유도 쇠퇴하지 않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맡을 수소유통관리센터도 본사에 새로 꾸렸다. 우선은 기존 인력을 활용하고 추후 전문가를 영입해 외연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다만 "3년전부터 공언한 내용인데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시작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가짜석유처럼 가짜수소도 있냐는 질문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것을 섞을만한 것이 없거니와 기술적·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차 이사장은 "수소는 가짜라는 개념이 있을 수가 없고, 대신 수송용 수소는 순도(품질)가 중요하다. 현재 수소품질 검사는 가스안전공사가 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 업무도 언젠가 우리가 맡아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달 15일 '하잉' 운영기관이 석유관리원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15일 '하잉' 운영기관이 석유관리원으로 바뀌었다.

가짜석유 근절 사실상 어려워

검사업무 효율화 중요한 이유 

그럼에도 아직 석유관리원 본연 업무는 가짜석유 단속이다. 가짜석유가 궁극적으로 근절될 수 있냐고 묻자 "사실상 어렵다"고 답했다. 2022년 국정감사에서도 그의 대답은 같았다. 국회의원들이 추궁하는 분위기에서도 망설임이 없었고 단호했다.   

그는 "가짜석유 퇴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며 "유종별(경유·등유) 가격차가 있기 때문에생태계가 변하지 않는 이상은 완벽하게 근절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경유와 등유간 세금 차이가 크다. 현재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리터당 335.6원(부과세 비포함), 등유는 72.5원이다. 세금 때문에 간극이 벌어졌고 여기에 불법유통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특히 요근래 가짜석유 유통은 주유소에선 거의 사라지고, 공사현장이나 산업단지 등지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동판매차량(홈로리)을 이용해 더욱 음지로 스며들었다는 평가다.

차 이사장은 "현재 석유관리원 전체 직원은 450여명이고, 그중 검사인원은 200명 남짓에 불과하다. 이들이 전국 곳곳을 모두 커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력을 대폭 늘린다고 해도 한계는 있다. 어떻게 하면 검사업무가 효율적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앞서 말한 DB화 작업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가짜석유 적발 현장.
가짜석유 적발 현장.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크게 보면 에너지 분야라서 그렇고, 좁게 보면 석유관리원 고유 업무 특성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그는 "확실히 검사업무를 하는 조직이다 보니 전문성은 뛰어나다. 대신 기획력이라든지, 새아이디어 발굴이라든지 등 이런 부분에서는 미흡한 면이 있다. 업무 성격에 따라 조직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법이다. 이러한 부분을 바꾸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차 이사장은 이를 '수동적 행정'으로 규정하고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가짜석유 단속, 품질부적합 등 단순한 집행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소로, 바이오연료로 사업영역을 넓히려 한 이유"라고 말했다.

석유관리원이 에너지 종합 유통관리 전문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올해 수소업무를 시작했고, 연말까지 바이오항공유 도입 관련 실증연구를 마무리해 품질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런 식으로 석유 외 다방면 에너지원을 다루다 보면 사명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이사장이 스스로 매긴 임기중 평점은 81점이다. 작년 석유관리원 경영평가 점수와 같다.

그는 "작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81점을 맞았다. SOC 부문 14곳 중 2등이고, 준정부기관 55곳으로 넓히면 전체 18등이다. 지난 임기 3년을 자평한다면 이쯤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고 말했다.  

차 이사장이 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차 이사장이 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차동형, He is...] 1962년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와 미국 미시건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시 31회로 1989년 옛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산업부 수출입과장,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 신산업정책관, 산업기술정책관 등을 거쳤다. 10월 29일 '반도체의 날'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울산테크노파크 원장도 지냈다. 석유관리원 한 직원은 "겉으론 무뚝뚝한 경상도 아저씨 같지만 속으로 엄청 신경 쓰고 있는 게 느껴진다.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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