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기 LS전선 이사 해상그리드산업협회 토론회서 지적
유럽·미국은 적성국 제한 등 대책 "산업부라도 챙겨야"
경제안보 확립 위해 국내산업 육성 및 공급망 대책 주문

해상그리드산업협회 주최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좌장),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 조준형 메탈링크 부사장, 박승기 LS전선 에너지국내영업부문 이사가 토론하고 있다.
해상그리드산업협회 주최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좌장),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 조준형 메탈링크 부사장, 박승기 LS전선 에너지국내영업부문 이사가 토론하고 있다.

[이투뉴스] 국내 일부 해상풍력발전단지 프로젝트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풍력터빈과 해저케이블이 수주한 가운데 케이블 포설 등 사업수행 과정에 해저 저질(底質)·군(軍)시설·훈련정보 등 국가안보 데이터가 통째로 중국에 넘어갈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승기 LS전선 이사는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 주최로 9일 서울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내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토론회’에서 “해상풍력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유럽연합(EU)처럼 적성국은 규제하고 평가하는 등의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이사에 따르면 해상풍력 개발 시 사업자는 육지까지 짧으면 10여km, 길면 70km 가량 해저케이블을 깔게 되는데 이때 공사계획을 세우려면 불가피하게 해저 저질상태부터 기존 군시설과 해저통신망, 해군·해경 경비구역 정보, 작전구역까지 수백쪽 분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해상풍력 건설은 단순한 재생에너지 확충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LS전선의 경우 제주~육지 제3 해저연계선(HVDC)을 시공하면서 군 잠수함 통과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예민한 정보까지 챙겼다고 한다. 이런 작업을 중국기업이 수행하게 되면, 원치 않게 국가안보 관련 정보가 중국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문제 제기다.

앞서 작년 말 중국계 A사는 국내기업 컨소시엄을 제치고 고정가격 경쟁입찰로 발주된 1.4GW급 전남 2개 프로젝트를 따냈다. 중국기업이 처음으로 전담하는 해상풍력 EPC(설계·조달·시공)가 될 전망이다. 

해저케이블은 특성상 사보타주(파괴공작)나 도·감청에 취약하며, 드물지 않게 관련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지했다.  양안 갈등이 한창이던 작년초 대만에서는 본토로 향하는 해저케이블이 훼손돼 통신이 두절됐는데, 근방에서 발견된 중국 쌍끌이 어선이 논란이 됐다. 

또 작년말 핀란드 걸프만에서는 러시아 화물선에 의해 가스망과 통신망이 훼손돼 복구까지 수개월이 소요됐다. 해저케이블은 이미 80년대 말 도·감청 기술이 개발돼 잠수함 보유국 대부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박 이사는 “대만이나 핀란드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 해상풍력에서 발생하면 안된다. 유럽과 미국은 대책을 다 세워놨다”면서 “우린 해상풍력을 하려면 13개 부처를 다 돌아야 하는데 산업부라도 이런 국가안보 문제를 챙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산 기자재 뿐만 아니라 자본까지 해상풍력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면서 “국내에 1조5000억원을 우회투자하는 C사는 일대일로 관여기업이며, C사 CEO는 중국 정치인이다. 중국자본의 진입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해상그리드산업협회 주최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해상그리드산업협회 주최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안보 확립을 위해서라도 국내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는 “유럽의 넷제로 정책이나 미국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사실 산업정책”이라며 “재생에너지 전략기술을 자국이 보유하고 있고 부품을 역내에 공급하는 것 자체가 안보다. 해상풍력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결국 일자리 문제다. 우리나라는 수출 문제로 보호무역을 할 수 없으니 일자리를 창출하는 해외 직접투자는 받되 조선·전선처럼 강점이 있는 분야는 기존 트랙레코드와 시방서가 해외서 호환성을 갖도록 해 수출 역량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어떤 해상풍력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지 고민해 공급망 구축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많은 국가가 해상풍력을 가장 중요한 정책이자 성장동력으로 여겨 보급과 산업 공급망 연계를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는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명확성이 없어 투자조차 일어나기 힘든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의 정확한 정책 시그널과 목표량이 있어야 한다”면서 “향후 동북아에서 수십GW의 많은 해상풍력 물량이 계획되고 있다. 설치선은 어떻게 할지, 공급망은 어떻게 만들지 전반적 계획을 시장과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기준에 대해선 경매든 입찰이든 가격만 보면 저가제품이 유입돼 국내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대만이나 영국은 국내 산업과 제조, 일자리 등으로 입찰 참여의 적격성 요소를 본다. 그런 비가격 기준을 만들어 안보적 측면으로 녹여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토론에 참석한 조준형 메탈링크 부사장은 “우리도 나름 생태계를 바라보고 선행투자 했는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전 국가보조금 사업에 외산이 들어온다는 건 유감”이라며 “경쟁입찰서 산업유발효과를 강화해 비가격 경쟁요소의 가중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 부사장은 “해상풍력은 기간산업으로 중소기업조차 품질과 신뢰성을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제주와 진도 사이 유럽산 해저케이블이 수년간 수리가 안된 적이 있는데, 앞으론 기간망 긴급복구 능력도 비가격 경쟁요소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내 해상풍력 산업 육성을 위한 기자재 국산화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슬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국산기자재(Local Content)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에 의하면 국내 풍력산업의 부문별 경쟁력은 기술·자본집약형 터빈이나 블레이드 발전기 등은 가격 등에서 열위인 반면 설비·노동집약형 산업인 하부구조물과 타워는 우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LCR(Local Content Requirement, 국산화율반영)을 적용하면 좋지만 경제구조 특성상 정부가 적극 나서긴 어려워 실효성은 낮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연구위원은 “직접적인 LCR 이외 방식을 통해 자국산기자재(LC) 강화를 도모하되 경매제도 내 LC요소 도입과 국내 풍력 관련 표준·인증제도 등의 간접적인 전략으로 기자재 국산화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상복 기자 [email protected] 

해상그리드산업협회 주최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좌장),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 박승기 LS전선 에너지국내영업부문 이사가 토론하고 있다.
해상그리드산업협회 주최로 9일 서울 서초동 서울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해상풍력 산업 경쟁력 확보 정책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이슬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이승문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좌장), 김윤성 에너지와공간 대표, 박승기 LS전선 에너지국내영업부문 이사가 토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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