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수도권 민간 재생에너지·가스발전만 年 1조원 수익↓
공급-수요 분산화 실효성 의문…민간사 차별도 논란거리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수도권 발전기 정산금과 소비자요금을 높여 수요지로 발전기 건설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비수도권 정산금과 요금은 낮춰 수요를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수도권 발전기 정산금과 소비자요금을 높여 수요지로 발전기 건설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비수도권 정산금과 요금은 낮춰 수요를 비수도권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투뉴스] 발전소와 전력수요에 가격신호를 줘 발전소는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수요는 발전소가 몰린 지방으로 유도한다는 취지로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지역별 차등요금제가 시작부터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제도의 첫단추라고 할 수 있는 지역별가격제(LMP, Locational Marginal Pricing)가 도매시장 요금만 건드리는 반쪽짜리인데다, 향후 소매요금과 연계되더라도 발전소나 수요를  분산화하기는 역부족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당국 설계안대로 LMP가 시행되면 비(非)수도권 민간 태양광·풍력·가스발전기들의 수익이 연간 1조원씩 깎여 결국 한전만 실속을 챙기게 될 전망이다.

 22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전력당국은 내년 상반기 한전과 발전사가 전력을 사고파는 도매 전력시장에 LMP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해놓고 시장운영규칙 개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핵심인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매부터 도입한 뒤 2026년 이후 소매시장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게 정부가 올 상반기 밝힌 전력시장 개편 일정이다. 이번 도매단 LMP는 3분기에 규칙개정을 완료하려 했으나 이해당사자인 발전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일단 4분기로 작업이 미뤄진 상태다.

LMP의 본래 개념은 발전자원의 변동비(연료비)만을 따져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계통한계가격(SMP)과 달리 송전여건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정산금과 요금을 책정하는 제도다. 특정지역의 전력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한계비용에 송전혼잡비용과 송전손실비용 등을 더해 값을 구한다. 정상적인 제도라면 수도권 요금은 오르고 비수도권 요금은 떨어져 발전기는 수도권으로, 수요는 비수도권으로 가도록 입지신호를 유도할 수 있다. 

문제는 당국의 추진하는 방안의 실효성과 형평성이다. 우선 국내 여건에서 LMP가 분산전원 확대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느냐이다. 발전사들은 도매단에 한정된 제도로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설령 소매까지 확대해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A사 관계자는 "소매로 끝까지 갈거라 믿는사람은 없다. 수도권과 지방 전기료 격차를 크게 벌려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수용이 되겠냐"면서 "도매시장 개편 후 소매시장을 개방한다던 정부 구조개편이 유야무야 된 것처럼 흘러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역별요금제
지역별가격제 안착을 위한 정상제도의 요금변화(좌)와 현행 전력당국 검토안(우)

향후 소매부문으로 LMP를 확대해도 적용대상이 얼마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발전소의 경우 건설 시 가격신호를 받아야 입지를 고려할텐데, 재생에너지의 경우 RPS(신재생공급의무화) 폐지와 입찰시장 전환 시 고정가격을 받아 LMP와는 무관한 영역이 된다. LNG발전 역시 정부가 열공급사업에 한해 용량입찰시장으로 신규를 정하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여서 어차피 열수요가 몰린 수요지 인근으로 갈 수밖에 없다.

수요 분산화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다. B사 관계자는 "어차피 가정용은 가격이 입지에 주는 영향이 거의 없고  관건은 기업인데, 기업이 입지를 재선정할 정도로 요금신호가 발생할지는 의문"이라며 "송전제약이 있는 지역에 입주하는 데이터센터에 PPA를 해주겠다고 해도 아직 희망사업자가 없다. 요금이 절반 이하라면 모를까, 싼 전기료도 못지 않게 인력 등 다른 인프라도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LMP가 소매까지 연계되더라도 재생에너지든 다른전원이 수요지 인근으로 가거나, 반대로 수요가 공급지로 옮겨가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차라리 송전망과 송전제약 등에 대한 정보를 모두 사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 발전사업자 스스로 제약 손해가 없고 계통에 여유가 있는 곳에 입지를 정하도록 해야 진정한 의미의 분산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력당국이 도매시장부터 LMP를 우선 시행하기로 방침을 굳힌 가운데 불거진 한전 자회사와 민간·개인 발전사간 형평성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 수도권 융통선로가 한계값(11GW)에 도달하면 SMP에서 분리시켜 둘 사이 가격을 차등하는 구조로 도매단 LMP 제도로 설계했다.

수도권 발전기 정산금이나 소매요금은 변화없이 비수도권 발전기 수익만 깎는 형태다. 앞서 한전과 발전사들이 작년 발전량을 기준으로 모의한 시뮬레이션 결과, 제약 발생 시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의 SMP가 kWh당 평균 10원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비수도권 발전기 수익 감소분은 재생에너지 약 2500억원, 민간가스발전(열병합포함) 약 7500억원, 석탄화력·원자력 약 3조5000억원 등 모두 4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이 중 원전과 석탄은 발전자회사 소유여서 한전과 정산조정계수로 손실을 보전받는다. 또 도매시장 정산금 조정이어서 지역 소비자요금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LMP가 의도한 입지신호는 주지 못하면서 지역 민간 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사 몫이었던 매년 1조원의 정산금을 한전몫으로 전용하는 창구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사 또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조성된 잉여금의 용도조차 불투명하다. 한전 적자 메우기용으로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체 소비자 요금을 낮추는 효과라고 설명한다 해도, 지금껏 제값을 내지않는 수도권 소비자에게도 지역뱔 차등요금제 혜택을 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LMP는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을 동시에 진행해 공급과 소비에 일관된 신호를 주되 비수도권의 기존 발전기들에 대해선 최소한의 합리적 유예기간이나 보호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분산에너지 관점에서 정책에 역행하거나 공정한 전력시장에 위배되는 비(非)한전 발전자원만 차별하는 조치가 있어선 결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상복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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