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硏, 공기 활용하는 신개념 냉장·냉동 기술 확보
​​​​​​​영하 100도까지 냉각할 수 있는 컴팬더시스템 개발 성공

연구진이 공기를 활용한 냉각시스템 성능과 데이터를 검증하고 있다.
연구진이 공기를 활용한 냉각시스템 성능과 데이터를 검증하고 있다.

[이투뉴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인 프레온가스나 수소불화탄소(HFC) 같은 냉매 대신 공기를 활용해 영하 100도까지 냉각 가능한 신개념의 냉장·냉동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22일 공기를 냉매로 활용하는 새로운 냉동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발효된 유럽연합의 ‘불화온실가스(F-gas) 규제 개정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이 가스가 포함된 제품을 단계적으로 판매 중지하는 등 규제가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인 에어컨, 자동차와 반도체 공정 등에도 불화온실가스가 사용되고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너지연 연구진은 최근 공기 냉동 방식에 사용되는 일체형 초고속 컴팬더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공기 냉각시스템을 제작하는데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 개발된 시스템을 사용하면 공기를 냉매로 활용해 영하 60도의 온도환경을 만들 수 있다.

기존의 냉동·냉각 시스템은 주로 증기 압축식 사이클 방식을 사용했다. 압축식 사이클은 액체 냉매가 증발하면서 열을 흡수해 냉각이 이뤄지는 방식으로, 구조와 설계가 간단해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촉진하는 불화온실가스를 냉매로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공기를 냉매로 하는 역-브레이튼 사이클의 냉각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액체를 증발시키는 기존 방식과 달리 기체를 압축하고 열교환과 팽창을 거쳐 저온의 기체를 만드는 방식이라 액체냉매 없이도 냉각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 지금까지 적용되지 못했다. 냉각 과정에서 설비가 초고속으로 회전해 압축기, 팽창기를 포함한 기기 간의 간극과 축의 변위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은 역-브레이튼 사이클을 구현하기 위해 압축기와 팽창기, 모터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는 컴팬더시스템을 고안했다. 특히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압축기와 팽창기가 최고 효율에서 동작하는 공력기술, 초고속 회전에서도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축계 등 고도의 터보머시너리 설계기술이 적용됐다.

개발된 컴팬더를 적용한 냉각시스템은 한 시간 만에 공기를 영하 60도 이하로 냉각하는 데 성공했다. 더욱이 영하 50도 이하의 냉열을 생성할 때 기존의 증기 압축시스템보다 냉동효율도 더 높다. 이론적으로는 영하 100도까지 냉각이 가능하며, 이때의 냉동효율은 증기 압축식 대비 50% 이상 향상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책임자인 이범준 에너지연 박사는 “환경규제로 인해 지구온난화 지수가 높은 냉매를 주로 활용하는 냉동시스템이 친환경 냉매로 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영하 100도 이하의 냉열을 생산 수 있도록 성능개선을 진행하고 있으며, 초저온 냉열이 필요한 반도체, 의약, 바이오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덕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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