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여명 모여 기후재난, 핵·화석연료 확대, 생태파괴에 맞서 집회
​​​​​​​생산·소비 부추기는 에너지, 자본만 살찌우는 기후대응사업 비판

다양한 시민·환경·청소년 단체 3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기후정의행진을 벌이고 있다.
다양한 시민·환경·청소년 단체 3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기후정의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투뉴스] 서울 강남대로 일대에 3만여명(주취측 추산)이 운집했다. 올여름 역대 최고기온 등 일상화된 기후재난 속에서 핵 및 화석연료 부흥과 생태파괴에 맞서 기후정의를 지키자며 시민들이 모인 것이다. 이들은 기후정의 선언과 함께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을 외쳤다.

9월 유엔총회를 앞두고 열리는 글로벌 기후행진은 2019년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 역시 2022년과 2023년에는 서울 남대문 인근서 3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행진을 벌였다. 올해 기후정의행진은 전국 615개 단체가 참여해 7일 서울 강남 일대에서 열렸다. 서울 외에도 대전·부산·제주·포항·지리산, 통영 등 6곳에서도 동시에 이뤄졌다.

기후행진 참석자들은 이날 ▶쏟아지는 폭우, 녹아내리는 폭염 등 일상이 된 기후재난 ▶더 큰 생산과 소비 부추기는 에너지체제 ▶자본만 살찌우는 기후대응 사업으로 파괴된 생태계 등을 담은 ‘907 기후정의행진 선언문’을 낭독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정록 907 기후정의행진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동, 인권, 여성, 환경, 반빈곤 운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분투해온 우리는 ‘기후정의’를 위해 연결됐고 이렇게 모였다”고 행진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착한 자본이, 녹색 기술이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할 거라는 30년에 걸친 거짓과 위선의 역사가 우리를 이곳에 모이게 했다”며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을 넘어, 기후 불평등·부정의에까지 맞섬으로써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고 호소했다. 

한 활동가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대기업 건물 앞에서 기후정의를 외치고 있다.
한 활동가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대기업 건물 앞에서 기후정의를 외치고 있다.

907 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기후정의운동의 폭넓은 확장을 위해 2개월 가량 노동계·지역·대학 등 다양한 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후정의행진 참가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한 단체가 19곳에 달했고, 행진 당일에는 7개의 사전집회가 열렸다.

2부 발언에서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지난달 29일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사실을 상기하며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길 선택한 청소년들이 기후운동의 역사를 새로 썼다”며 “우리 삶을 지킬 최전선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진 에너지 부문의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박진영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전기 쓰자고 나오는 고준위핵폐기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되돌아가는 복원을 생각해볼 때”라며 “윤석열 정부의 핵폭주 정책을 막아 시민안전을 지키고, 기후정의를 앞당기자”고 주장했다. 

강석헌 홍천송전탑반대대책위 집행위원장 역시 “동해안 강릉과 삼척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이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며 이윤을 위해 농촌의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는 부정의한 에너지시스템을 비판했다.  

기후정의행진은 본집회와 행진 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와 퍼포먼스를 통해 요구사항을 표현했다. 36개 단체가 사전부스를 운영했고, 오픈마이크에서 다양한 참가자의 발언이 이어졌다. 또 역삼역(구글코리아·GS칼텍스)에서는 이윤에 의한 생태파괴에 맞서는 행동이, 포스코사거리(포스코) 앞에서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요구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활동가가 탈탄소를 요구하는 퍼모먼스를 펼치고 있다.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활동가가 탈탄소를 요구하는 퍼모먼스를 펼치고 있다.

 

 

채덕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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