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발전제약 20개소, 송전제약도 8개소 이상
태양광 몰린 호남지역은 과부하로 출력제한 ↑

전국 발전제약 및 송전제약 발생지역 현황과 고장파급방지장치(SPS) 위치도 ⓒKPX 계통운영처
전국 발전제약 및 송전제약 발생지역 현황과 고장파급방지장치(SPS) 위치도 ⓒKPX 계통운영처

[이투뉴스] 우리나라 전력수급의 동맥과 정맥역할을 하는 계통의 건전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으로 치면 혈압에 해당하는 전압(과전압)은 물론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으로 비유할 수 있는 발전·송전제약이 더 중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비수도권 발전단지는 갈수록 커지는데 송전선로 확충은 더디고, 이런 가운데 태양광·풍력처럼 변동성은 크면서 관성은 제공하지 않은 전원이 늘고 있어서다.

26일 전력거래소와 한전에 따르면 전체 전력수요의 42%(피크기준 44%)를 소비하는 수도권은 울진, 월성, 기장 등 동해권 원전단지와 태안, 당진, 영광 등의 석탄화력 및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한울~신가평 등 6개 345·765kV 초고압 송전선로로 조달하고 있다. 또 4~8GW에 이르는 발전단지는 2~3개의 인출선로로 계통에 연결돼 있는데, 새 원전·화력 추가 준공으로 이미 적정 수송능력을 초과한 상태다.

한계로 치달은 계통여건은 발전제약 및 송전제약 개소수로 확인된다. 상시 감발운전을 시작한 동해권 민자석탄을 비롯해 발전기에 상·하한 제약을 걸어 건설한 용량대로 운전하지 못하는 발전제약이 전국적으로 20개소에 달한다. 제약량은 2~4GW로 추정된다. 발전제약은 주파수·과도·전압안정도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 발전기 출력이나 가동대수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발전사 투자손실을 초래해 거센 반발을 낳고 있다. 

송전제약도 적지 않다. 대규모 전력공급지와 수요지간 불일치로 주로 발생하는데, 대표적 북상조류 구간인 호남~충청~수도권 선로와 수도권 융통선로 등 전국 8개소에서 제약량이 증가하고 있다. 당국이 전압안정도나 과부하 등을 이유로 송전선로 자체에 한계용량을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송전선로를 더 건설하거나 수요를 분산하는 게 근본대책이라 당장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

한 당국자는 "전압은 다소 지역적인 특성이 있지만 안정도는 광역적 문제"라면서 "송전망을 늘려 병목현상을 풀어주고 전력이 여러루트로 분산돼 잘 흐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가장 확실해 대책"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국자는 "최근 10여년간 계통 여건이 계속 나빠져 지금이 가장 안좋은 상태고, 개선 여지가 안보이는 답보상태"라며 "이렇게 취약한 상태에서 계통사고가 발생하면, 그 파급영향이 전국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하(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발생하는 과전압도 골칫거리다. 한전에 의하면 올해 1월 기준 호남지역의 상업용 태양광발전소 설비용량은 10.9GW로 전체(27.6GW)의 약 40%를 점유하고 있다. 영남 6.4GW(23.2%), 충청 5.3GW(19.2%)의 갑절 수준이다. 이 때문에 2021년 3회 35MWh로 시작된 이 지역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은 지난해 2회 286MWh, 올해 4월 현재까지 2회 1464MWh 순으로 불어나고 있다. 

실시간 발전량 조절(출력제어)이 어렵고 관성을 제공하지 않는 인버터 전원들이 증가하는 것도 계통운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다. 2010년 3.5%였던 비중앙급전발전기 비중은 지난해 20.4%(12만2000여대)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무탄소전원 확대 정책으로 대표적 경직성 전원인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작년부터는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겨울보다 봄·가을철 경부하 때 수급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송전망 사업자인 한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산업통상자원부를 뛰어넘는 범부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원한 한 계통 전문가는 "한전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론 너무 한전 이야기만 듣고 같이 포기하거나 손놓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작년에 발표한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비롯해 민긴기업 송전망 건설참여 등을 통해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용성 저하와 한전 재정 등 못하는 이유에 대한 핑계야 많겠지만 송전선로 건설은 지속돼야 하고, 이제 과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돌파책이 필요한 때"라면서 "각종 제약으로 인한 발전사 손실은 시장제도로 보상되도록 하고,  각 부처 상위 총리실 수준에서 도로, 철도, 송전선로 건설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범부처 단위로 국가차원의 대책을 수립·실행하면 계통의 난맥상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상복 기자 [email protected]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왼쪽 첫번째)이 신남원변전소에서 한전 관계자들과 계통취약지역 보완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2 DB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왼쪽 첫번째)이 신남원변전소에서 한전 관계자들과 계통취약지역 보완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E2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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